Page 8 - 고경 - 2015년 3월호 Vol.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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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길을 지나 원래의 법문사에 도착하니 옛날 법문사의                                       그러나 20여 년 전에 와 보았던 그 광경은 아무리 찾아보

          감격이 줄어드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지하궁전에 내                                     아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때의 입구
          려가 사면에 모셔져 있는 모형 불지사리에 삼배를 올리면서                                      와는 다른 방향이었습니다. 다행히 시기적으로 춘절 설을
          많은 기원을 드렸습니다. 그렇게 두어 시간 참배시간을 가지                                     앞둔 계절이라 참배객들이 드물어서 오히려 석굴들을 오래
          고 출발하여 천수(天水)의 호텔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다 되                                   감상하는 데는 더없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어가고 있었습니다.                                                             겨울철이라 관리하는 인원도 적어서 “사진을 찍지 말라.”

            다음날 일찍 아침을 먹고 ‘보리단을 쌓아놓은 듯한 산’이                                    고 당부는 하는데 적극적이지 않으니 동행한 참배객들은 요
          라는 의미의 맥적산 석굴로 향하는데 20여 년 전에 와 보았                                    령껏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두세 시간 동안 설명도 천천히
          던 그때를 상상하며 마음이 바빠졌습니다. 맥적산에 도착할                                      들으면서 구석구석을 참배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을 가질

          즈음에 눈발이 날리더니 입구에서 차량을 통제하여 지역의                                       수 있었습니다.
          작은 6인승의 소형차를 타고 맥적산 석굴로 달려갔습니다.                                        점심을 먹고 4시간 넘게 삭막한 벌판을 달려 난주에 도착
                                                                               한 뒤 짐을 풀었습니다. 모두들 맥적산 석굴에서 마음껏 사
                                                                               진을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이구동성으로 합창하였습니
                                                                               다. 맥적산 석굴 지역에는 모두 194개의 석굴이 있고 약 7

                                                                               천여 구의 불상들이 모셔져 있어 불교예술의 큰 보물창고라
                                                                               할 수 있습니다. 후진 (384~417) 시대에 개착되고, 동서위 때
                                                                               완성되어 약 700여 년 동안 주위에 이름을 떨쳤습니다.

                                                                                 다음 날 아침 난주 시내를 출발하여 50여 km 떨어진 황
                                                                               하 상류를 가로막은 유가협 댐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마침
                                                                               눈이 내려 고갯길이 얼어붙어 있고, 또 눈까지 내려 차가 어
                                                                               찌나 드리게 달리던지 내심 이는 조급증은 이루 말할 수 없
                                                                               었습니다. 생각보다 한 시간이나 더 늦게 유가협 댐에 도착

                                                                               한 후 병령사 석굴을 향해 쾌속정을 타게 되었습니다.
          맥적산 석굴                                                                 넓고 넓은 호수의 수평선을 바라보며 한 시간 남짓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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