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고경 - 2015년 5월호 Vol.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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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의 성품도 본래 맑고 깨끗하지만 외부 경계를 만나 촉 (自性淸淨)’은 선의 핵심 사상에 속한다. 그래서 이런 개념은
발된 갖가지 수번뇌 때문에 자성이 드러나지 못할 뿐이다. 이 선종에 의해 확립된 후대 사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
렇게 외부 경계를 만나서 일어나는 번뇌를 달리 객진번뇌라 나 성철 스님은 『남전대장경』과 『잡아함』 등의 내용을 근거
고 한다. ‘밖에서 불어온 먼지 [客塵]’라는 뜻이다. 따라서 본성 로 자성청정이라는 가르침은 초기불교에서부터 확립된 것임
을 가리고 있는 객진번뇌만 제거하면 본래 청정한 자성을 회 을 논증한다. 이는 선종의 가르침이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과
복하고, 생사의 굴레에서 벗어나 해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맥락을 같이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남전대장경』 ‘상응부’에는 “중생의 마음이 탐욕・진에・우
치에 염착(染着)되었다.”고 했다. 이 말은 중생의 마음이 객 참선은 덜고 또 덜어내는 수행
진번뇌에 물들어서 욕망하고 번뇌로 들끓고 있을 뿐 그 본 그렇다면 객진번뇌로 오염된 그 마음의 정체란 무엇일까?
성은 맑고 깨끗함을 말한다. 그래서 『유마경』에서도 “법 (法) 성철 스님은 “심의식은 결국 수번뇌이고 객진번뇌”라고 했다.
에는 중생이 없다. 중생의 때를 벗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 말은 객진번뇌에 의해 오염된 번뇌의 뿌리는 바로 심의식
객진번뇌에 물든 오염만 씻어버리면 중생의 마음은 본래 맑 이라는 것이다. ‘심의식 (心意識)’이란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고 깨끗한 존재라는 것이다. 모든 인식의 근원적 뿌리가 되는 제8아뢰야식을 말한다. 아
그렇다면 감각기관은 감각의 대상을 만나기만 하면 욕망하 뢰야식은 오랜 세월동안 갖가지 경계에 염착되어 형성된 의
고 번뇌에 물드는 것일까? 위의 경전에서는 중생의 마음이 탐 식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중생의 자성을 가리고 있
욕, 분노, 어리석음으로 오염되었다고 했다. 육근은 대상을 보 는 그와 같은 근본무명을 제거해야만 맑고 깨끗한 자성이
기만 하면 무조건 오염되고 번뇌로 물드는 것이 아니다. 어떤 드러나고 동시에 중도를 깨닫고, 연기를 바로 알 수 있다.
사람은 번뇌로 오염되지만 수행이 된 사람은 초연하다. 마음 문제는 어떻게 객진번뇌로 오염된 심의식을 정화하는가이
에 탐진치라는 삼독심이 작용하면 경계에 물들고, 번뇌가 생 다. 객진번뇌가 중생의 본성을 가로 막아서 번뇌가 생겨난
겨나지만 삼독심이 없으면 물들지 않는다. 물론 삼독심도 본 다면 수행은 본성을 오염시키는 먹구름을 씻어내는 것이 되
래부터 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경계에 오염 어야 한다. 그래서 선 수행은 무엇을 익히고 마음에 지식이
된 심성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마음에 삼독의 먹구름이 생 라는 분별의식을 쌓아가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오염시킨
겨서 본성을 가리지 않도록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것은 밖에서 들어온 것이므로 내 속에 쌓여 있는 번뇌를 비
이상과 같이 중생의 마음이 본래 깨끗하다는 ‘자성청정 워내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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