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고경 - 2015년 5월호 Vol.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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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어록의 뒷골목
火) 속에서도 밭일을 할 수 있는 자의 마음은, 겨울이어도
봄이다.
포화(砲火) 속에서도 밭일을 할 수 있는
【제12칙】
자의 마음은, 겨울이어도 봄이다
지장이 밭에 씨앗을 심다(地藏種田, 지장종전)
지장 : 어디서 왔는가?
_ 장웅연
수산주 : 남방(南方)에서 왔습니다.
지장 : 요즘 남방의 불법이 어떠한가?
수산주 : 공부에 여념이 없습니다.
지장 : 내가 여기에서 밭에 씨를 뿌려 주먹밥을 지어먹는
간화선(看話禪)은 조사선(祖師禪)을 허투루 이해한 자들 것만이야 할 수 있겠느냐?
을 위한 처방이다. 화두를 삼키려 하지 않고 글재주에나 써 수산주 : 삼계(三界)는 어찌하시렵니까?
먹으려 드는 문자선(文字禪), ‘본래부처’이니 수행할 필요가 지장 : 그대는 무엇을 삼계라 하느냐?
없다는 무사선(無事禪), 좌선한답시고 조용한 장소만 찾아다
니는 묵조선(默照禪)이, 대혜(大慧) 선사는 못마땅했다. 그는 지장계침(地藏桂琛)과 그의 제자였던 용제소수(龍濟紹修)
언제 어디서나 오직 화두에만 몰입함으로써, 번뇌를 차단할 사이의 대화다. ‘수산주(修山主)’는 용제소수 선사의 별칭. 지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고 보급했다. 장계침도 이름이 한번 바뀌는데, 장주(漳州) 나한원으로 거
사실 역대 조사(祖師)들은 주어진 환경과 조건으로부터 처를 옮기면서 나한(羅漢) 계침이 됐다. 이전의 거주지는 푸
자유로운 사람들이었다. 소음과 멸시에 분노하지 않았고 누 첸성[福健省] 석산(石山)에 위치한 지장원. 푸첸성은 타이완
가 때리면 더 맞아줬다. ‘자신이 부처’라는 확신으로 온몸을 에 인접한 중국 남동부의 지방정부다. 곧 지장이 묻고 있는
꽉꽉 채웠던 덕분이다. 달마도의 서슬퍼런 침묵은, 어떠한 ‘남방의 불법’이란, 과거 자신이 머물던 지장원의 면학 분위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벽창우의 내공을 보여준다. 가장 낮 기를 알아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고 더러운 곳에 임한 자에게만 피어나는 강철 멘탈. 포화(砲 수산주는 다들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동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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