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고경 - 2015년 6월호 Vol.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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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천신이 부처님을 관찰해 오던 바, 이제껏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없었기에 아마도 궁금했던 모양이다. 하루는 부처님이
길을 가는데 이 천신이 계속 쫓아오면서 물었다.
“당신은 인간입니까?” “아니요.” “천신입니까?” “아니요.”
“브라만입니까?” “아니요.” “다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요?”
“나는 붓다, 깨달은 자요.”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단순히 개체의 성장에 한정된 변태
가 아니라 인류 정신사에 새로운 종(種)이 생겨났음을 알려
준다. 천신의 눈으로도 그때까지 본 적 없던 인종이 세상에
출현한 것이다.
그 뒤를 잇는 선종의 조사들 역시 부처님 못지않다. 인도
에서 들어온 불교를 소화하느라 번역과 해석이 한창이던 시
대에, 해석하기를 그만두고 자기를 살아있는 텍스트로 삼은
사람들이다. 시대상을 고려하면 이 분들도 개인적으로 보나
사회적으로 보나 부처님의 계보를 잇는 변태임에 틀림없다.
인도와 중국에서 이와 같이 빛나는 변태들이 있었기에 오늘
의 내가 대장경에서 이 단어를 검색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감개가 무량하다.
부처님오신날 즈음에 부처님을 그리며, 불교는 ‘변태의, 변
태에 의한, 변태를 위한’ 가르침이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
다.
이인혜 불교학을 전공하였고, 봉선사 월운 스님에게 경전을 배웠다. <선림고경총서>
편집위원을 역임했고 『승만경』, 『금강경오가해설의』, 『송고백칙』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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