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고경 - 2015년 6월호 Vol.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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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탈피하여 나비가 되는, 1차 변태와 2차 변태에 대해 들었
던 날 너무 신기해서 일기장에 써놓고 이 단어를 언제고 꼭
한 번 써먹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어느 날 평소와 달리 예
쁘게 차려입고 외출하시는 엄마에게 이 단어를 써먹었다가
혼났던 게 기억난다. 세련된 요즘 엄마들이라면 같이 웃어
주었을 테지만, 그땐 그랬다.
그 다음은 고등학교 때 한 선생님의 별명으로 기억된다.
그분은 애들을 때리는 교사였다. 끝이 점점 좁아지는 지휘
봉을 항시 들고 다니면서 손바닥만이 아니라 팔뚝, 손등, 엉
덩이, 종아리, 머리통을 가리지 않고 때려서 애들이 변태라
는 별명을 붙여준 것이다. 그분의 단골 희생양이었던 나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부위별로 골고루 얻어맞았다. 덕분에 그
때부터 인생이 고라는 것을 알았다. 이 선생님의 별명에서
보듯, 과거에는 이 단어가 혐오스러운 대상에게 붙여지는,
입에 담기 민망한 금기어였다.
그러나 변태는 생물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사전
에는 생존과 성장을 위해 한 개체가 짧은 기간 동안에 형태
를 크게 바꾸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이 개념은 생물학 뿐
아니라 인격의 성장이나 도를 닦아 나아가는 과정에 적용해
도 잘 들어맞는다. 왕자라는 애벌레에서 출가사문의 번데기
시절을 거쳐 깨달은 자라는 나비로 비약적 성장을 하신 부
처님도 대표적인 변태라 하겠다.
당시 인도 사회에서 이렇게 특이한 분은 없었나 보다. 『아
함경』에 부처님의 정체와 관련해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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