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고경 - 2015년 8월호 Vol.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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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人)은 자리가 없어도 개의치 않고, 자리로 상대를 판단하  덜하다는 충고의 몸짓으로 여겨진다. 일본에는 ‘비를 맞으면

 지 않으며, 근근이 살아도 느리게 가는 사람이다. 드러눕기  더는 비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는 속담이 있다.
 엔 ‘밑바닥’만큼 좋은 자리도 없다.   어느 외도(外道)가 손에 참새 한 마리를 쥐고 부처님에게
          다가와 이죽거렸다. “참새가 죽겠습니까, 살겠습니까?” 이에
 【제22칙】   부처님은 발을 문턱에 걸치곤 “내가 들어갈 것 같은가, 안

 암두가 절을 하니 덕산이 할을 하다  들어갈 것 같은가”라고 되받아쳤다. 부처님이 방으로 들어
 (巖頭拜喝, 암두배할)  갈지 말지는 부처님만이 안다. 마찬가지로 참새의 생사 역
          시 오로지 외도의 마음에 달려 있다. “내가 범부입니까, 성
 덕산선감(德山宣鑑)에게 간 암두전활(巖頭全豁)이 문지방  인입니까”라는 암두의 질문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

 에 서서 물었다. “내가 범부입니까, 성인입니까?” 덕산은   는 게, 본칙 (本則)에 대한 평창(評唱)의 설명이다. 비에 젖지
 대뜸 “할!”이라 외쳤고 암두는 절을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않은 자는 비에 젖은 자의 슬픔을 공감할 순 있어도 대속할
 동산양개(洞山良价)는 “활공(豁公) 정도나 되니까 덕산을   순 없다.
 감당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이에 암두가 말했다.   자기가 범부인지 성인인지는 자기가 판단할 몫이다. 남이
 “동산 노인네가 좋고 나쁜 것도 분간하지 못하는군. 나는   가르쳐주지 못하며 가르쳐준다손 겉핥기이거나 골리기에

 그때 한 손은 들고 한 손은 내렸더란 말이지.”   불과하다. 나를 살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들이다. 아
          울러 세상이 자신을 망쳐놨다지만 솔직하게 바라보면 결탁
 ‘덕산방(德山棒).’ 덕산은 학인들을 지도할 때 걸핏하면 몽  이다. 스스로 내심 좋아서 안일하게 따라가다가 맞닥뜨린

 둥이를 휘둘렀다. 통증과 하나가 되어 분별망상을 그치라는   자업자득인 것이다.
 취지였다. “말해도 서른 대를 때릴 것이요, 말하지 못해도   얼핏 ‘그림의 떡’만 떡인 것 같고 모순이 수순(隨順)처럼
 서른 대를 때릴 것이다”라는 ‘벼랑 끝’ 교육은 유명하다.   보이는 게 삶이다. 다만 생각 한 번 돌이킬 수 있다면 누구
 덕산이 제시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은 곤욕스  나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비참하고 너절한 인생은 없다.
 러우면서도 낯익다. 살다보면 몇 번의 중대한 갈림길을 만나  단지 그렇다는 자학만이 있을 뿐이다.

 게 마련이니까. 덕산방은 여하튼 선택을 하고 그 결과를 감  덕산의 고함은 ‘네 문제는 네가 풀라’는 뜻이며, 암두의 배
 내하는 것이, 우물쭈물하다 허송세월하는 것보다는 후회가   례는 덕산의 지혜에 탄복했다는 의미다. 동산은 대표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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