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고경 - 2015년 9월호 Vol.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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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오로지 큰스님께서 주시는 책

 을 받아보고 법문 정리하고 좌복에서 조는 일에만 능했지
 다른 일에는 어두웠어요. 처음 출가를 결심할 때부터 오로
 지 이 일만을 위해서 해 마치는 순간까지 서원코 놓지 않겠
 다는 신심과 원력뿐인지라, 다른 일들에는 널빤지 짊어진 사
 람(擔板漢)일 따름이었네요. 하하.”

 그러면서 스님은 성철 스님을 “명실상부한 본분종사(本分
 宗師)”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큰스님께서는 평소 출입을 자제하시고 사람 대하는 일을

 몹시 제한해 오신 결과, 결국 열반을 기점으로 해서 봇물 터
          2014년 하안거 대중들과의 기념사진. 원융 스님 바로 왼쪽이 맏상좌 일선 스님이고
 지듯이 ‘성철 스님 신드롬’이라고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큰  오른쪽이 정안사 주지 일규 스님이다.
 스님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큰스님의 수
 행과 도덕의 결과라고 보아야 옳겠으나, 뒷날 사람들은 큰스  리로써 학자를 제접하고 후학을 지도하는 면모를 지칭할 때
 님을 한마디로 어떤 스님이었다고 불러야 할까요?   본분종사라는 단어를 쓴다. 선문에는 본분이라는 말과 연

 일반적으로 큰스님들을 지칭하는 말이 여러 가지가 있는  관된 용어들이 많다. 본분도리, 본분납자, 본분종사 등이 그
 데, 그 가운데 대선사(大禪師)라는 칭호는 선원에서 평생 동  것이다. 한마디로 본분종사란 인간이 지닌 본래모습 그대로
 안 선수행을 하여 본분사(本分事)를 체달한 선지식스님을 두  를 체달하여 중생이 본래 부처이고 범부 이대로가 성인이라

 고 일컫는 이름이고, 종단의 법계(法階)로서는 대종사(大宗  고 하는 본분도리로써 여러 대중에게 가르침을 펴서 그 도
 師)로 부르기도 합니다. 산중의 총림에서는 방장이셨고, 종  리를 바로 알도록 하는 스승을 일컫는다. 본분이란 말은 결
 단에서는 종정으로서 대중의 지도자의 위치에 계셨지만, 큰  국 불교의 핵심을 지칭하는 말이 된다.
 스님의 평생 모습을 본다면 역시 ‘본분종사(本分宗師)’라는   “큰스님께서는 해인총림의 초대 방장(方丈)이 되시면서 중
 칭호가 가장 알맞다고 생각합니다.”  국 총림의 틀 그대로를 재현하셨습니다. 총림은 처음부터 지

 ‘본분종사’라는 칭호는 불자들 사이에서도 쉽게 쓰이는   도자를 정점으로 해서 그 아래에 공부를 하여 자신의 본분
 용어는 아니다. 선문(禪門)에서 대선사가 참선법(參禪法)의 도  사를 체달하고자 하는 본분납승들과 함께 사부대중이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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