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고경 - 2015년 9월호 Vol.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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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가랴. (摧殘枯木依寒林하니 幾度逢春不變心이냐 樵客遇之猶不顧러
                                                                               니 郢 人那得苦追尋이리요)’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셨습니다.
                                                                                 우리 문도들은 큰스님께서 주시는 책들을 다 읽고 난 다
                                                                               음에 화두를 받는 것이 보통인데, 저는 혼자서 자꾸 정진하
                                                                               는 모습을 보인 때문인지 남보다 빨리 ‘삼서근(麻三斤)’ 화두
                                                                               를 주셨습니다.”

                                                                                 스님은 화두를 들고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마음은
                                                                               급했지만 공부의 속도는 더뎠다. 스님은 스스로 “둔근(鈍根)
                                                                               이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희망을 가졌다. 성철 스님이 “둔

                                                                               근이라야 참선한다.”고 격려해줬기 때문이다.
                                                                                 신심 (信心)이 두텁고 이미 발심(發心)까지 되어 있었던 스님
          1975년 겨울 사형제 스님들과 함께 한 모습. 왼쪽에서 두번째가 원융 스님이다.
                                                                               은 성철 스님을 모시고 내려간 해인사 퇴설당에 놓여 있는
          법안장』은 100편의 법문이 함께 수록된 단행본이었는데, 그                                    좌복을 보고 장좌불와(長坐不臥)를 결심했다.
          가운데 「행리 (行履)」편을 읽고 관심을 끄는 한 분의 행리가                                     “『정법안장』을 읽으면서 가섭존자의 12두타행 (頭陀行) 가

          있었습니다. 백련암 저녁 예불이 끝나면 큰스님을 모시고 간                                     운데 ‘단좌불와(但坐不臥, 앉기만 하고 눕지 않는다)’가 이미 머릿
          단히 차 마시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큰스님께 대매법상                                      속에 있었고, 또 큰스님께서도 젊은 시절 장좌불와를 10여
          (大梅法常) 선사에 대해서 여쭈었습니다. 큰스님께서는 기뻐                                     년 하셨다는 소문은 납자(衲子)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었

          하시면서 법상 스님에 대해서 소참법문(小參法門)식으로 말                                      기 때문에 저도 한번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큰스
          씀해 주셨어요. 법상 스님이 ‘마음이 곧 부처이다〔卽心是佛〕’                                   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한번 해보라’고
          는 마조의 말씀 끝에 돌아갈 곳을 얻어서 그 길로 대매산으                                     하셨어요. 1974년 여름에 큰스님께서 주신 책들을 대강 다
          로 들어가 30년을 하산치 않고 용맹정진하였던 이야기며,                                      보고 나서 큰절 (해인사) 선원으로 입방하였는데, 큰스님께서
          법상 스님이 읊었던 게송 ‘꺾여 버려진 고목이 찬 수풀을 의                                    ‘장좌불와를 하니까 조사전에서 정진하라’고 말씀하셨습니

          지해 있나니 봄을 맞이하여 마음 변치 않음이 몇 해이냐?                                      다. 그러나 막상 지내보니 퇴설당이 더욱 마음에 들어서 그
          나무꾼도 마주쳐 거들떠보지 않거니 대목인들 어찌 애써 챙                                      때부터 10년을 거기서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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