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고경 - 2015년 9월호 Vol. 29
P. 33
합니다만, 중도에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가는 경우가 많습니 하루 종일 이 세 가지 요소를 갖춘다면 반드시 하루 안
다. 대부분 화두가 잘 안되기 때문이지요. 에 공을 성취하여 독 안에 자라가 달아날까 두려워하지 않
거듭 말씀드리지만, 화두 공부를 하려는데, 화두가 잘 안 는다. 만일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마치 다리 부러진
된다면, 그것은 중도 정견이 서지 않아 자기 자신과 세상에 솥이 결국 못 쓰게 되는 것과 같다.” - 고봉, 『선요』
대하여 의심이 남아 있어 분별망상에 끄달리거나, 자기 자
신이 본래 부처라는 믿음과 단박 깨쳐 부처로 살아가려는 이 대목은 간화선의 삼요(三要)라 하여 화두 참구에서 가
발심이 굳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중도 정견이 서 장 중요한 세 가지 핵심입니다. 고봉 스님 이후 모든 간화선
서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하여 더 의심이 없다면 분별망상 사들은 한결같이 이 삼요를 화두 참구에서 강조하셨습니다.
은 착각일 뿐이니 놓아버리고 오직 화두 하나만 밀고 나갈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본래 부처라 믿고, 오로지 화 대신심(大信心)
두만 참구해서 단박 깨쳐 영원히 행복한 부처로 살아가겠다 큰 신심이란 부처님이 깨친 세계, 영원히 행복한 세계에
고 정진할 수 있습니다. 대한 믿음이 확고해야 합니다. 세속의 행복은 상대적인 조
중국 원나라 때 대선지식 고봉(高峰, 1238~1295) 스님은 화 건에 따른 행복이지만, 부처님이 깨달은 세계는 절대적인 영
두 공부할 때 세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했습니다. 대신 원한 행복입니다. 이 절대 세계에는 모두 부처님밖에 없습니
심, 대분심, 대의심 이것을 간화선의 삼요(三要)라 합니다. 다. 중생은 허망한 착각일 뿐 본래는 부처입니다. 우리는 부
처님처럼 무한한 지혜와 능력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자기
“만약 참선을 착실하게 하자면, 반드시 세 가지 요소를 자신이 중생이란 것은 착각일 뿐 본래 부처라는 것을 믿어
갖추어야 한다. 야 합니다. 성철 스님이 자기를 잡철로 보는 것은 착각이고
첫째, 큰 믿음(大信心)이다. 이 일은 수미산을 의지한 것 본래는 순금이라 했듯이 자기 자신을 바로 보아 절대적이고
과 같이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무한 능력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야 합니다. 이것이 큰 신심
둘째, 큰 분심 (大憤心)이다. 마치 부모를 죽인 원수를 만 입니다.
났을 때 단칼에 두 동강 내려는 마음이다. 더 나아가 화두에 대하여 흔들림 없는 믿음이 있어야 합
셋째, 큰 의정 (大疑情)이다. 마치 어두운 곳에서 한 가지 니다. 이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조사 선지식들께서 화두를
중요한 일을 마치고 곧 드러내려 하나 드러나지 않을 때와 타파하여 생사를 해탈하고 영원한 행복을 성취하였습니다.
같은 마음이다. 화두는 조사가 되는 관문이고 영원한 행복의 길입니다. 이
30 고경 2015.09.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