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고경 - 2015년 9월호 Vol.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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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법문 다시 보기
한 『용수보살전』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이 문헌에서는 구마
라집 삼장이 번역했다고 되어 있으나 학계에서는 그가 편찬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파사현정의 삶과 중관사상 아무튼 이 문헌에 따르면 용수의 중관사상은 정사에서
한가로이 명상에 몰입하고 책만 보는 평탄한 삶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용수는 매우 드라마틱한 과정을 통
_ 서재영
해 출가의 길로 들어선다. 『용수보살전』에 따르면 용수는 달
마 대사가 그러했듯 남인도 바라문가에서 태어났다. 남인도
에 위치한 데칸고원은 <반야경>이 성립된 지역이므로 아마
도 용수는 그곳에서 반야사상을 공부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관사상을 집대성했을 가능성이 높다.
용수는 베다문헌을 비롯해 당시 바라문교와 인도철학을
드라마틱한 용수의 생애 두루 섭렵하며 성장했다. 더욱이 그는 천재적 재능을 타고
초전법륜에서 중국선종에 이르기까지 불교의 핵심사상 나 어린 나이에 4베다를 모두 암송했다. 뿐만 아니라 천문,
은 중도(中道)라는 것이 『백일법문』의 지론이다. 중도를 철학 지리, 도술, 비참 등에도 능통하여 약관의 나이에 독보적 존
적으로 심화시켜 대승불교의 사상적 근간으로 만든 사상가 재로 부상했다.
가 바로 용수(龍樹, Nāgārjuna; 150-250) 보살이다. 그래서인지 그러나 도가 높으면 마가 성하는 법이다. 타고난 천재성은
『백일법문』에서도 용수와 그의 사상에 대한 내용이 자주 언 학문적 성취를 가져다주기도 했지만 반대로 위기도 불러왔
급되고 있다. 중도를 이야기하면서 용수를 빼놓을 수 없기 다. 용수는 자신과 실력을 견줄만한 재능을 지닌 세 명의 친
때문이다. 구들하고 어울렸다. 어린 나이에 여러 학문에 통달한 이들
부처님에 대한 내용이 극적인 전생담으로 전해지고 있듯 은 자만에 빠져 학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얻었
이 용수 보살에 관한 내용 또한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전해 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는 교만에 빠진 청년
진다. 아마도 용수 보살 역시 제2의 부처님으로 불리고 있기 들이 선택한 것은 감각적 유희를 좇아가는 것이었다. 그들은
때문일 것이다. 용수 보살의 전기는 구마라집 삼장이 번역 은신술을 배워 왕궁으로 몰래 드나들면서 아름다운 궁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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