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고경 - 2015년 9월호 Vol.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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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그런 생활이 100일에 이르게 되자 궁중에 있던 모든 궁
녀들이 임신하는 일이 벌어졌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국왕은
범인을 색출하라는 엄명을 내렸고, 병사들은 신출귀몰하는
범인을 잡기 위해 모래를 뿌려놓고 기다렸다. 욕망의 단물이
초래한 결과는 가혹하리만치 비참했다. 용수는 세 친구들이
가혹한 최후를 맞이하는 처참한 광경을 목격했다. 그때서야
욕망의 불꽃이 초래한 고통을 몸서리치게 깨달았다.
천신만고 끝에 탈출에 성공했지만 더 이상 세속의 삶에는
스코틀랜드 삼예링 사원에 세워진
미련이 없었다. 그 길로 용수는 불탑이 있는 깊은 산속으로 용수보살상
들어가 수행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곳에서 소승의 삼장을
구하여 90일 동안 탐독하며 불법에 빠져들게 되었다. 하지 이 삶의 고통을 초래하는 근원임을 말하고 있다. 그런 번뇌
만 타고난 천재였던 그는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욱 심오 와 고통을 넘어서는 것이 출가의 길이었고, 공(空)의 진리를
한 가르침을 쫓아 설산의 노승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대승 통해 욕망의 굴레를 완전히 넘어서게 됨을 보여준다. 극적인
경전을 얻게 되었고, 심오한 대승세계에 심취하게 되었다. 그 삶의 여정을 밟아온 용수가 쓴 반야경의 주석서가 『대지도
는 이들 경전을 통해 실의 (實義)는 깨달았지만 그렇다고 완 론(大智度論)』이다. 이 논서의 제목이 담고 있는 뜻은 ‘큰 지혜
전히 도를 깨달은 것은 아니었다. 로써 저 언덕으로 건너간다’는 것이다. 무명이 초래한 욕망의
그때 대용(大龍) 보살은 용수를 불쌍히 여겨 바다 밑 용궁 삶을 건너가는 것은 다름 아닌 진리의 배이기 때문이다.
으로 데려갔다. 보살은 보장(寶藏)을 열고 심오한 내용을 담
고 있는 방대한 분량의 대승경전을 용수에게 주었다. 그는 실유론의 논파
90일간 그들 경전을 탐독하며 대승의 깊고 오묘한 이치에 수행자의 길로 들어서기까지 용수의 삶은 매우 극적인 과
눈뜨게 되었다. 그리하여 대승의 공사상을 깊이 체득하고 정을 걸어왔다. 하지만 출가한 이후 펼쳐진 사상가로서 삶
마침내 아공(人空)과 법공(法空)의 이치를 깊이 체득하였다. 또한 격정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의 출가생활은 한적한
『용수보살전』은 인간의 삶을 끌고 가는 욕망이라는 기관 사원에 고요히 앉아 명상에 몰두하는 정적인 삶이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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