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고경 - 2015년 9월호 Vol.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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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실패담까지 몇 가지 일화가 쏟아졌다. 앞사람은 그냥 지 마 후 둘째 아들의 눈에도 그 버섯이 보이기 시작했다. 젊은
나갔는데 뒤따르던 사람이 발견했다는 사실에서 보듯 버섯 까닭에 식성이 좋은지라 그 버섯을 몽땅 따서 한꺼번에 먹
도 인연이 닿아야 만날 수 있다는 말에 공감했다. 시리즈는 어 치웠다. 이내 버섯의 약효가 나타났다. 몸은 가뿐해지고
꼬리를 물었다. 땅 속에서 난다는 송로버섯은 세계 3대 요 경솔함과 함께 난폭한 성격이 없어졌으며, 거기에서 한 걸음
리 식재료로 대접받는데, 사람 눈으로는 도저히 찾아낼 수 더 나아가 마음의 안락까지 얻게 되었다. 칠순의 부친은 맛
가 없기 때문에 후각이 발달한 개나 돼지를 앞세워 채취한 만 음미했지만 젊은 아들은 몸과 마음까지 치유된 것이다.
다는 박학다식한(?) 영역의 얘기까지 나왔다.
어쨌거나 송이버섯도 이제 수입산으로 인하여 흔한 버섯 1,000명 가운데 두 사람만 볼 수 있었던 이유
이 되었다. 그리고 사하촌 식당가에 가면 일년 내내 보관할 이 기이한 현상을 궁금하게 여기던 아버지와 아들에게 어
수 있는 냉장기술 덕분에 언제든지 ‘자연산’ 송잇국을 맛볼 느 날 제바(提婆) 존자가 찾아왔다. 그는 인도 전역에 유명세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이름 값 를 떨치고 있는 대 선지식이었다. 아울러 전생을 볼 수 있는
덕분에 여전히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고 있다. 올 추석날 아 숙명통(宿命通)까지 갖추었다. 저간의 사정을 설명한 후 그
침에도 어김없이 송잇국이 나올 것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본래 버섯은 누구나 볼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오래 전에 장자의 집에 항상 탁발을 다니는 스님이 있었
1,000여 명의 식솔을 거느린 고대 인도의 엄청난 부자인 다. 올 때마다 반갑게 맞이했고 정성스럽게 밥상을 차렸다.
정덕 (淨德) 장자는 매우 넓고 또 아름다운 정원을 소유하고 둘째 아들은 탁발승이 자기 집의 대문을 나설 때까지 곁
있었다. 어느 날 정원 안의 제일 잘 생긴 나뭇가지에서 버섯 에서 잘 보살폈다. 매일같이 오니 나머지 1,000여 명 식구
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식구들의 들은 그냥 데면데면하거나 본체만체했다. 그런 과정이 30
2,000여 개 눈에는 그 버섯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직 장 년 동안 반복되었다. 그 스님은 입적했고, 결국 그 동안의
자의 두 눈에만 보일 뿐이었다. 게다가 1인분의 분량만 나 얻어먹은 빚을 갚기 위해 이 나무의 버섯으로 태어났다고
오는지라 요리를 하더라도 오직 혼자만 먹을 수 있었다. 그 설명해 주었다. 장자의 나이를 물으니 79세라 했다. 81세가
러던 어느 날 “도대체 무슨 인연으로 이렇게 맛있는 버섯을 되면 더 이상 버섯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까지 덤으로
나 혼자만 먹을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얼 알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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