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고경 - 2015년 9월호 Vol.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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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어록의 뒷골목
민족의 빛나는 문화유산을 이어받은
성철스님기념관 ‘이면서’ 그리고
‘동시에’
성철 큰스님께서는 “21세기 세계 인류에게 감화를 줄 수 있는 불교는 선불교”라
고 강조하셨고, 최남선 선생은 『조선불교』에서 “회통불교를 내세운 원효 대사의
_ 장웅연
사상이 통불교이며, 통불교야말로 한국불교의 특색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석굴 문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성철 스님 기념관은 화엄신앙, 법화신앙, 미륵신
앙, 정토신앙, 약사신앙, 관음신앙 등을 아우르면서 “우리 모두가 부처님”이라는
선불교와 선적 종교체험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기간제 교사로 잠깐 일할 때 자폐증을 앓는 중학생을 가
까이서 본 적이 있다. 잠자코 수업을 듣다가 갑자기 괴성을
지르는 행동이 인상적이었다. 밑도 끝도 없이 짝꿍에게 위해
를 가하거나 제 분을 못 이겨 씩씩거렸다. 대인관계를 거부
하기에 앞서 아예 이해하지를 못하는 아이는, 자아의 과잉
속에서 흥분하거나 자해했다.
자아는 흔히 부정적인 조건 속에서 나타난다. 예컨대 산
골의 새 소리를 ‘무심히’ 들을 때라면 자아는 느껴지지 않
는다. 문득 새 소리가 시끄럽게 들릴 때 슬며시 고개를 쳐든
다. ‘아, (나는) 괴롭다!’ 상황이 계속 거슬리면 속히 자리를
피하거나 새를 잡을 꾀를 낸다. 자아는 고통의 다른 이름이
지만, 고통의 해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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