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고경 - 2015년 9월호 Vol.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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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부처나 신경 쓰라’는 독존(獨存)의 몸짓. 어떻게 살아
있든 순간순간이 삶의 진면목이다. 남의 삶을 살려니 제대
로 살지 못하는 것이다.
【제26칙】
앙산이 눈을 가리키다(仰山指雪, 앙산지설)
앙산혜적(仰山慧寂)이 눈송이로 만든 사자(獅子)를 가리키
며 일렀다. “이것보다 흰 것이 있겠는가?” 이에 운문문언
(雲門文偃)은 “그때 문득 밀어 쓰러뜨렸어야 했다.”고 말했
다. 설두중현 (雪竇重顯)은 “다만 밀어 쓰러뜨릴 줄만 알았
지 붙들어 일으킬 줄은 모르는 구나.”라고 말했다.
뒤통수나 치는 군상들만 양산하지 않을까 싶은 게, 신법 (新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됐다. 세계 최초란다. 일부 미성년 法)의 전망이다. 권력자가 툭하면 도덕을 들먹이는 이유이기
자들의 ‘싸가지 없음’을 나라가 관리하면서 왕따를 해결하겠 도 하다. ‘헛소리 집어치우라’는 운문과 같은 학생이 나타난
다는 취지다. 어른보다 영리하고 악랄한 아이들이 부지기수 다면? 좋은 대학 가긴 다 글렀다.
인 세태이니, 자못 이해가 되는 입안(立案)이다. 반면 비판도 체제가 이야기하는 사람다움이란 결국 순종과 야합이다.
만만치 않은데 일단 인성 (人性)의 실체에 대한 의구심이다. 사람다워야만 윗선에 잘 보일 수 있고 자리를 차지할 수 있
계측할 수 없는 인성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회의적인 시선 다. 아울러 사람다워야만 사람답지 못하다고 지목된 것들을
도 보인다. 다수가 어리둥절한 가운데 사교육이 분주하다. 합법적으로 괴롭힐 수 있다. 부속품의 길이고 양아치의 길
눈처럼 순수한 마음은 절대적으로 순수한 것이다. 하지만 이다. 세상의 질서는 상식이면 족하다. 어쩌면 ‘사람다움’에
앞으로는 흰색보다 더 하얀 흰색을 요구받고 강요하게 될 것 연연하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것이다.
같다. 협동과 배려에 점수를 매기면 필연적으로 경쟁과 위선 개같이 살아도 당당히 살라는 무위진인 (無位眞人)은, 사람을
으로 변질되게 마련이다. 평생 남의 눈치나 보고 슬금슬금 붙들어 일으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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