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고경 - 2015년 10월호 Vol.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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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 스님의 화두 참선 이야기
항상 들고 있어야 한다. ‘허무하다’는 뜻으로도 이해하지 말
고 ‘있다-없다’는 뜻으로도 이해하지 말라. 마치 뜨거운 쇳
덩어리를 삼킨 것과 같아서 토하고 토해내도 나오지 않는
백척간두와 활구 듯이 하여 이제까지의 잘못된 알음알이를 몽땅 없애야 한
다. 이와 같이 꾸준히 지속하여 공부가 익어지면 저절로 몸
과 마음이 무자 화두와 한 덩어리가 되어 타성일편 (打成一片)
을 이룰 것이다.”
_ 정리 박희승
무문 선사의 말씀처럼 화두를 간절히 의심해 들어가면
의심이 감정이 된 의정이 되고, 이 의정이 지속되면 의심덩
어리가 되어 의단(疑團)이 됩니다. 이때 화두 의심을 계속 밀
고 들어가면 의단이 홀로 드러나 독로합니다. 이를 의단독로
의단, 타성일편 (疑團獨露)라 합니다. 화두 드는 사람과 화두가 온전히 하나
화두 참선할 때 화두 의심이 순수하게 깊어지면 의정(疑 가 되어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가 없는 경지입니다. 이를 다
情)이 됩니다. 중도 정견이 서고 화두로 체득해 나갈 때 분별 른 말로 타성일편 (打成一片)이라 하고요. 화두 한 생각이 하
망상에 신경 쓰지 않고 오직 화두 하나에 집중해 들어가면 나의 조각처럼 분명하여 고요히 앉아 있거나 움직일 때도
자연스레 의정이 됩니다. 무문 선사는 『무문관』에서 이렇게 성성합니다. 고려 말 간화종장으로 이름을 떨친 나옹 선사
말합니다. 는 이 경지를 이렇게 말합니다.
“조사의 관문을 뚫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가? 3백60개 골
절과 8만4천 개 털구멍으로 온 몸을 다하여 의단(疑團)을 “홀연히 밀어붙여 공부해 가면 화두를 들려 하지 않아
일으켜야 한다. 무자를 참구하되 이 무자를 밤이나 낮이나 도 저절로 들리고, 의정을 일으켜 의심하지 않아도 저절
로 의심이 일어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 이르면
「고경」에서는 ‘고우 스님의 화두 참선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고우 스님은 출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의식도 움직이지 않게 되어 모든
가 후 평생 선원에서 정진해 오셨으며, 지금도 참선 대중화를 위해 진력하고 계
십니다. 화두 참선의 의미와 방법, 그리고 효과에 이르기까지 고우 스님이 직접 맛이 사라진다.”
경험한 내용을 독자 여러분들께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 편집자
- 『나옹어록』
24 고경 2015.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