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고경 - 2015년 10월호 Vol.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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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져 어찌 할 수 없는 자리에서도 화두를 계속 밀어붙여 해야 합니다. 화두는 순수하게 간절히 의심을 지어 가야 합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철벽을 깨듯이, 백척 장대 위에서도 니다. 화두하는 데 잘 안 된다고 염불하듯이 주력하듯이 하
목숨을 걸고 한 걸음 더 내딛는 진일보로 화두를 타파해야 는 것은 잘못하는 것이니 이 점은 분명히 알고 해야 합니다.
합니다. 나옹 선사는 그 경지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화두를 참구할 때 그 화두가 순수하게 의심이 되어 가면
“화두에 의심을 크게 일으켜 빈틈이 없게 하여 활구(活句), 분별하는 생각으로 논리적으로 헤아리면 사구
몸도 마음도 한바탕 의심덩어리로 만드세. (死句)라 합니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간화선에서 화두는 양
거꾸로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놓고 몸 뒤집으면 변의 분별심을 끊어 순수하게 의심을 지속시켜 선정 삼매에
겁외의 신령한 빛이 서늘히 간담 비추리.” 들어 깨치는 공부법입니다. 화두 공부인은 화두가 생명과
- 『나옹화상가송』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 화두가 이성적 사유분별심으로
답을 찾으려 하면 죽은 말이 되어 공부가 전혀 되지 않습니
염화두와 사구, 그리고 활구 다. 이런 사람은 영원히 깨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화두를
화두 참선의 요체는 화두에 순수하고 간절한 의심이 되 순수하게 의심해 들어가야 합니다. 화두를 순수하게 의심을
는 데 있습니다. 화두를 알려 하는데 알 수가 없으니 의심해 지속해 가는 것을 활구 참선이라 합니다. 활구 참선을 한다
들어가 타파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화두가 안 되어 온갖 망 는 것은 화두를 순수하게 의심을 지속하여 화두 한 생각이
상이 치성할 때 화두를 염불하듯이 되뇌는 것을 염 (念)화두 일념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라 합니다. 화두를 ‘이뭣고 이뭣고 이뭣고…’ 하며 염불하는
것처럼 마음속으로 외는 것입니다. 이것은 염불하는 방법입 그리고 초심자들이 화두 공부할 때 유념해야 할 것 중 하
니다. 화두는 간절히 의심해 일념을 지속하는 것인데, 염불 나가 화두를 관(觀)하는 것과 의심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
하듯이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때는 차라리 염불하는 는 것입니다. 화두를 관한다 함은 화두를 지켜본다는 것입
것이 좋습니다. 염불도 일념으로 하면 삼매에 들어 깨칠 수 니다. 화두를 그냥 생각하며 지켜보는 것인데요, 이것은 화
가 있습니다. 태고 선사나 나옹 선사 모두 그렇게 법문한 기 두 참선이 아닙니다. 화두는 화두 참선하는 나와 화두가 하
록이 분명히 있습니다. 염불이나 주력도 일념이 되게 한다면 나 되어 주관과 객관이 하나 된 삼매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좋은 수행입니다. 다만, 화두를 할 때는 화두하는 방법으로 화두 드는 나와 화두가 주관과 객관으로 벌어져 있으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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