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고경 - 2015년 10월호 Vol. 30
P. 29
또한 태고 선사도 같은 말을 합니다.
“만일 이런 진실한 공부를 쌓으면 곧 힘이 덜리는 곳
에 이르게 되니, 그곳이 바로 힘을 얻는 곳이기도 하다.
화두가 저절로 성숙하여 한 덩이가 되어, 몸과 마음이
단박 비어 움직이지 않고 마음 가는 곳이 없어질 것이
다……부디 털끝만큼도 다른 생각을 일으키지 말고, ‘본
래면목이 무엇인가?’ 또 ‘어째서 조주는 무라 했을까?’
를 잘 돌아보아 이 말 끝에 무명을 쳐부수면, 물 마시는
사람이 차고 더움을 저절로 아는 것과 같이 되리라.”
- 『태고어록』
은산철벽, 백척간두 진일보
번뇌망상 없이 화두 의심이 순일하게 지속되어 의정이 되
고, 그 의정이 똘똘 뭉쳐 의단이 되어 타성일편으로 움직일
때나 고요할 때나 화두 일념이 지속되면 은산철벽 (銀山鐵壁)
에 이르게 됩니다. 은으로 된 철벽처럼 화두가 일념이 되어
흩어지지 않고 앞으로도 뒤로도 옆으로도 떨어지지 않고 말합니다. (백척이란 말이 의미가 깊다. 속리산 법주사 미륵불이나 동
온전히 하나가 된 경지를 말하지요. 이 은산철벽을 다른 말 화사 약사여래불도 높이가 백척이다).
로 백척간두(百尺竿頭)라 합니다. 백척이 33미터입니다. 우리 이처럼 화두가 은산철벽, 백척간두에 이른 경지는 낮밤
가 33미터 높이의 장대 위에 서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앞 없이 화두 일념이 지속되어 오매일여에 이른 경지입니다. 이
뒤 좌우 옴짝달싹할 수 없이 그냥 어떻게 할 수 없는 자리입 것은 깨달음 직전의 상태를 말합니다. 이때도 화두를 놓지
니다. 이 같이 화두가 일념이 되어 앞뒤, 좌우로 움직일 수 말고 그대로 밀고 나가야 합니다. 즉, 화두가 은산철벽처럼
없는 것처럼 화두 이외에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경지를 꽉 막혀 있을지라도 백척 장대 위에 서있는 것처럼 앞뒤가
26 고경 2015. 10.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