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고경 - 2015년 10월호 Vol.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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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별어
 념(一念)도 되지 않고 화두 삼매에 들 수가 없습니다. 화두를

 관해서는 의심이 되지 않으며 의정이나 타성일편이 될 수 없
 습니다. 그래서 화두를 관해서는 안 됩니다. 화두는 주관과
 객관이 하나 되게 의심해 들어가야 합니다.   ‘도톤보리’의 도심운하 거리를
 또한 화두를 참구할 때 ‘화두가 안 된다’ 하는 생각이 들   배회하다
 때가 공부가 잘 되어 가는 때입니다. 화두가 정말로 안 되는

 사람은 화두에 대한 생각조차 없습니다. 화두 참선을 하고
 자 하는데 안 된다 함은 계속해서 애쓰고 있는 것이니 이때
            _  원철 스님
 는 된다 안 된다는 생각조차 비우고 오직 화두를 믿고 이 길

 만이 나를 영원히 행복하게 하는 길이라 확신을 가지고 밀
 고 나가야 합니다.
 대혜 선사는 『서장』에서 이렇게 강조합니다. “생소한 곳은
 익숙하게 하고 익숙한 곳은 생소하게” 하라 합니다. 초심자  호젠지(法善寺)에서 금을 만나다
 가 참선을 시작할 때 화두는 생소하고 번뇌망상은 익숙합니  일본 오사카(大阪)의 번화가 시장거리 안에 법선사(法善

 다. 그런데 계속 애써서 화두가 익숙해지면 망상은 가벼워지  寺, 호젠지)가 자리 잡고 있다. 상권의 중심지에 어울리는 황
 고 낯설어 갑니다. 화두가 생활화되면 이런 변화가 옵니다.   금색의 ‘금(金)’이라는 큰 글자가 법당 정면에 당당하게 새겨
 그러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밝아지며 일상생활에서 지혜가   져 불상을 대신했다. 누군들 돈을 싫어하랴마는 이렇게 대

 나오게 됩니다. 이것은 해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그래  놓고 ‘황금’을 전면에 내세우는 그 배포와 솔직함 앞에 그저
 서 화두가 생활화되고 익숙해져 힘을 들이지 않아도 문득문  당황스러울 뿐이다.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장인 ‘금비라천
 득 화두가 잡히면 그 자리가 바로 힘을 얻는 자리입니다.   왕(金毘羅天王)’은 어느새 돈을 수호하는 신장이 되어 법당천
          장에 걸린 백등에 검은 글씨 패찰을 단 채 도열해 있다. 이
          절은 에도(江戶, 1603~1868)시대부터 인근 상인들의 귀의처였

 박희승(중효)           한국문화연수원 교수. 조계종 총무원에서 기획차장, 문화차장, 연구소   다. 사업이라고 하는 것은 시운(時運)이 따라줘야 한다. 운수
 사무국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조계사 선림원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참선 프로그램을 진행하
 고 있다.    라고 하는 것은 개인의 장사수완과는 또 다른 영역이다.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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