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고경 - 2015년 11월호 Vol.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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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나 말씀을 들어 보면, 도인은 걸림 없이 산다고 하여 막 않고 지속되는 동정일여가 될 수 있습니다. 화두 공부인은
행막식하며 승속을 넘나드는 경우도 더러 있었습니다. 실제, 화두가 또렷또렷하게 지속되는 경지에서 앉아 있을 때나 움
어떤 집착도 없이 자유자재한 경지라면 다르지만, 아직도 욕 직여도 화두가 흩어지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망과 집착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스스로 깨쳤다고 도인을 자 화두가 동정일여가 되더라도 결코 말을 하면 안 됩니다.
처하며 세상 사람들에게 큰 소리 치는 것은 문제입니다. 화두가 의정이 되어 동정일여에 이르렀더라도 말을 하면 주
성철 스님도 당시에 깨치지 못했으면서 도인 행세하는 분 관과 객관이 벌어져 분별심이 일어나 화두 의정이 끊어지게
들을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깨달음의 기준을 분명히 됩니다. 그러므로 화두 공부인은 동정일여가 되면 묵언하면
하자는 입장에서 경전과 어록을 검토한 결과 조사들이 말씀 서 식사도 줄이고 잠도 자지 말고 계속 화두를 밀어붙여야
하신 오매일여를 되살려 기준으로 삼은 것입니다. 성철 스님 합니다.
이 화두가 자나깨나 지속되는 오매일여가 되어야 깨친다고 성철 스님도 출가하기 전에 절에서 혼자서 참선을 하다가
한 뒤로 도인 행세하는 분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이젠 참선 42일 만에 동정일여를 체험했다고 합니다. 성철 스님은 고향
해서 화두가 오매일여가 되어야 깨친다고 분명한 기준을 세 인 지리산 산청 대원사에 요양하러 갔다가 우연히 간화선 교
워놓았으니 그 기준에 미달하는 사람이 깨쳤다고 하기가 어 과서인 『서장(書狀)』을 보고는 혼자서 화두를 들고서 참선을
렵습니다. 시작한 지 42일 만에 동정일여에 이르렀습니다. 그 뒤에 해인
자, 그럼 깨달음으로 가는 화두 참구의 세 가지 단계를 구 사로 가서 동산 스님한테 머리를 깎으면 평생 참선할 수 있
체적으로 살펴 보겠습니다. 다는 말을 듣고는 출가하게 되었습니다. 성철 스님은 이미 출
가 전에 동정일여를 체험하였고, 출가하여 평생 참선의 길을
동정일여 가서 이 시대의 대선지식이 되었습니다. 일타 스님이나 종정
화두에 신심, 발심이 강해질수록 화두 드는 힘이 붙습니 을 지낸 법전 스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성철 스님이 이 동정
다. 화두를 생활 속에서도 익숙하게 되면 화두가 의정이 되 일여 체험을 말씀하실 때 신이 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
어 공부가 깊어갑니다. 이때 화두를 계속 밀어붙이면 화두 셨다고 합니다. 화두가 동정일여가 되면 언어와 문자로는 도
일념이 움직일 때나 고요할 때나 끊어지지 않는 동정일여가 저히 알 수 없는 참선의 경지를 체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됩니다. 즉, 앉아서 좌선할 때나 일어나 포행하거나 화장실을 것은 오직 체험의 세계라 언어와 문자의 이해로는 도저히 알
가거나 심지어 식당으로 가서 밥을 먹어도 화두가 끊어지지 수 없는 경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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