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고경 - 2015년 11월호 Vol.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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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유지시켜주는 아뢰야식은 매우 복잡한 개념이기 때문

          에 유식학에서도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그 각각
          의 이름들은 아뢰야식이 갖고 있는 특징들을 설명하고 있
          다. 첫째 이름은 ‘종자식 (種子識)’이다. 아뢰야식은 인간이 하
          는 모든 행위를 저장하기 때문에 식물의 씨앗에 비유한 이
          름이다. 종자식의 기본적 특징 중에 하나가 씨앗처럼 유정

          들이 하는 행위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뢰야식
          을 달리 ‘장식 (藏識)’이라고 부른다. 모든 정보를 낱낱이 저장
          하고 있는 ‘창고와 같은 식’이기 때문이다.

            『해심밀경』에 따르면 “곡식의 종자가 남는 것과 마찬가지
          로 유종의 근본식이 종자식이 되어서 그로부터 모든 생사가                                                                        인도 갠지스강의 화장터 모습
          벌어진다.”고 설하고 있다. 식물이 다 자라고 나면 비록 그
          식물이 동물에게 먹히거나 비바람에 썩어져도 한 톨의 씨앗                                      씨앗 속에는 그 개체가 어떤 형태를 띠고, 어떤 삶을 살게
          속에 다시 자라날 수 있는 모든 정보가 고스란히 저장되어                                      될 것인가에 대한 정보를 충실하게 담고 있어야 한다. 그래

          있다. 그와 같이 사람도 삶이 끝날 때가 되면 몸은 쇠락하                                     서 종자식의 특징 중에 하나는 정보를 수집하는 기능인데
          여 사라지고 기억도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그가 살아온 삶                                     이것을 경전에서는 ‘집수(執受)’라고 표현했다. 집수라는 기
          의 기록은 종자식 속에 저장되어 죽음 이후에도 고스란히                                       능에 의해 우리가 하는 모든 생각과 말, 행위들은 빠짐없이

          남게 되고, 그것이 육도를 윤회하는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친                                     수집되어 종자식에 저장된다는 것이다.
          다는 것이다.                                                                『해심밀경』에서는 이와 같은 아뢰야식의 정보 수집기능을
            씨앗이 제대로 싹을 틔우고 큰 나무로 자라기 위해서는                                      두 가지로 분류한다. 즉, “일체 종자의 심식 (種子心識)이 성숙
          한 개체의 유전정보가 빠짐없이 저장되어 있어야 한다. 유전                                     하여 반복하며 화합해서 더욱 자라나 커지니 두 가지 집수
          정보에 한 가지라도 문제가 생기면 기형아가 탄생하거나 여                                      (執受)에 의지한다. 첫째는 유색(有色)의 모든 근과 의지하는

          러 가지 문제가 생기는 것은 유전과학이 밝혀주고 있다. 따                                     것에 대한 집수이고, 둘째는 상명 (相名) 분별의 언설과 희론
          라서 아뢰야식이 윤회하는 존재의 씨앗과 같은 것이라면 그                                      의 습기에 대한 집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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