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고경 - 2015년 11월호 Vol.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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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식은 두 가지 방식에 의지하여 유정의 행위와 관련된 경을 만나게 되면 싹이 돋아나듯 힘을 발휘한다.
정보를 수집한다는 것이다. 첫째는 물질적 형태가 있는 것 항상 몸을 따라다니며 수집된 정보들의 창고인 아뢰야식
[有色]으로 눈・귀・코・혀・몸・의식이라는 여섯 가지 감각기 은 한 번 기록되면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다. 그와 같은 특징
관을 통해 그것의 대상이 되는 객관적 경험과 관련된 정보 을 나타낸 이름이 바로 ‘아뢰야식 (阿賴耶識)’이라는 명칭이다.
들을 수집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모양과 이름을 분별하여 산스크리트어로 ‘ālaya’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한
수집하는 것이다. 나와 남을 분별하는 언어, 갖가지 관념과 문으로는 ‘무몰(無沒)’이라고 번역한다. 우리가 몸과 말과 마
이론 등의 주관적 활동에 의지하여 수집되는 정보들이다. 음으로 경험한 갖가지 일이나 착한 업이나 악한 업은 시간
이렇게 주관과 객관이라는 두 채널을 통해 생명 개체의 행 이 흐르면 잊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들의 기억,
위와 관련된 모든 정보가 수집되어 종자식에 저장된다. 그렇 즉 육식에서 잊어버린 것일 뿐 무몰식에 저장된 정보는 지
게 기록을 저장한 식 (識)은 마치 컴퓨터의 전원을 꺼도 하드 워지지도 않고 사라지지 않는다.
디스크에 작업 내용이 저장되는 것처럼 그 개체가 죽은 이 그래서 『해심밀경』에서는 “이 식이 몸에서 섭수하고 간직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다음의 생명으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攝受藏隱]하여 편안함과 위태로움을 같이 한다.”고 했다. 무
몰식이 항상 우리들의 몸과 함께 하면서 삼업으로 짓는 모
빈틈없이 수집되고 사라지지 않는 기록 든 정보를 기록하여 창고에 물건을 쌓듯이 차곡차곡 저장한
아뢰야식은 인간이 하는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는 측면에 다는 것이다. 그렇게 저장된 정보가 발현되면서 편안한 삶을
서 종자식이라고 하지만 또 다른 이름은 아타나식 (阿陀那識) 만들기도 하고, 고통과 위기를 불러오는 원이 되기도 한다
이다. ‘아다나(adāna)’라는 말은 ‘잡아서 보존한다’는 뜻을 담 는 것이다.
고 있어서 한문으로는 ‘집지 (執持)’로 번역된다. 『해심밀경』에 이상과 같은 특징을 지닌 아뢰야식은 달리 ‘심 (心, citta)’이
따르면 “아타나식이 몸을 따라다니며 집지 [隨逐執持]한다.”고 라고도 한다. 보통 우리가 말하는 마음이란 금생에 태어나
했다. 집지식은 일생동안 자신이 깃들어 있는 육신을 따라 서 지각하고 경험해서 성립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유
다니면서 그의 생각과 말과 행위를 빠짐없이 수집하여 잃어 식설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마음은 아득한 과거로부터 훈
버리지 않고 보관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선업과 악업의 종 습(熏習)되어 온 것이다. 결국 시공을 초월하여 아득한 역사
자 등 모든 행위와 기억들은 집지의 특성 때문에 온전히 보 와 공간적 경험을 총체적으로 담지하고 있는 것이 마음이
전된다. 이렇게 보존된 정보는 새로운 개체를 받아 어떤 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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