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고경 - 2015년 11월호 Vol.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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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제18조 가야사다(伽耶舍多) 존자가 그 집을 찾아왔다. 존

          자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다. 도인이라는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공양을 정성껏 잘 대접하고 난 뒤 저간의 사정을
          설명한 후 그 연유를 물었다.
            “저 개는 당신의 조상입니다. 돌아가실 무렵 핏줄들이 그

 경주 골굴사에서 대중들과 함께   곁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소유한 황금을 물
 살았던 개 동아 보살 모습
          려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할 수 없이 항아리에 담아 처마
          밑에 땅을 파고 묻었습니다. 다시 개로 환생하여 자기재산
 대 쥐어박았다. 지은 죄가 있는 것을 아는지 평소와는 달리   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그 자리를 파보십시오. 당신
 잔뜩 풀이 죽은 채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눈만 껌뻑  이 금을 수습하고 나면 개는 굳이 그 자리를 고집하지 않을

 였다. 연민심이 일어나 다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것입니다.”
            그 말에 따라 땅을 팠더니 항아리가 나왔고 그 속에는 황
 #이야기 셋   금이 가득했다. 그날부터 그 개는 집안 여기저기를 내키는
 대월씨(大月氏) 국의 어떤 바라문 집에는 유별난 습관을   대로 다녔고 아무데서나 잠을 잤다. 이 인연으로 개 주인은
 가진 개 한 마리가 있었다. 그 개는 항상 처마 밑 그 자리만  존자의 제자가 되었다는 기록이 『보림전』 권4에 남아 있다.

 을 고수하며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것이 하루의 일과였다.   가야사다 존자는 개가 황금방석을 깔고 앉아 있다는 사
 혹여 불가피한 일이 생기면 그것을 해결한 뒤에는 이내 그   실을 알았다. 하지만 어리석은 주인은 개의 별스런 습관을
 자리로 돌아왔다. 심지어 비가 들이치거나 심지어 그 자리  나무라기만 했다. 모르고 보면 이상행동이지만 알고 보면 정

 가 물에 잠겨도 떠나지 않고 그대로 잠을 잤다. 이런 옹고집  상행동이다. 말 못하는 짐승의 ‘이심전심’까지 읽을 수 있다
 을 보다 못한 주인이 지팡이로 때리면 잠시 자리를 피했다  면 언젠가 횡재할 일도 생기는 법이다.
 가 다시 그 자리로 되돌아오는 것이었다. 무려 15년을 그렇
 게 했다.
          원철 스님           해인사승가대학장이며, 조계종 불학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해인사, 은해
 어느 날 주인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필시 무슨 곡절이   사, 실상사, 법주사, 동국대 등에서 경전과 선어록의 연구・번역・강의로 고전의 현대화에 일
          조하면서, 일간지 등 여러 매체에 전문성과 대중성을 갖춘 글로서 주변과 소통하고 있다.『집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일어났다. 마침 그때 선  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않다』외에 몇 권의 산문집과 번역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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