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고경 - 2015년 11월호 Vol.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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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추회요』, 그 숲을 걷다
          추회요』 겉표지를 보면 이 책을 엮은이가 회당 조심 스님으로

          되어 있지만, 발문을 보면 실제로는 스님의 제자인 유청 스님
          이 이 작업을 주로 진행해서 마무리 지었음을 알 수 있다.
 성철 스님과 『종경록』 「표종장」  유청 스님의 스승인 조심 (1025~1100) 스님은 『종경록』 읽

          기를 무척 좋아하셨을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요긴한 부분
          을 뽑아 정리하려는 마음을 내셨다. 그러나 조심 스님은 노

          년의 건강 때문에 이 일을 바로 끝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_  박인석
          그래서 제자인 유청 스님이 스승의 뜻을 이어받아 이 작업
          을 완수했는데, 여름 이후 시작한 작업을 그 다음 해 봄에

          다 마쳤다고 하니, 1년이 채 안 걸린 셈이다. 한문을 모국어
          로 삼아 사유하던 사람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올 2학기에 필자는 연세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에서 강좌   『종경록』의 「표종장」은 분량이 그리 많지 않지만, 그곳에
 하나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지도교수께서 배려해  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몇 사람에게 뽑아내보라고
 주신 덕분이다. 강좌 제목이 ‘『종경록』 강독’이어서 지금 6명  한다면, 그 내용이 어느 정도 일치할지는 알 수 없을 것이다.

 의 대학원생들과 같이 『종경록』을 읽는 중이다. 9월 개강 이  각자가 생각하는 바가 다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라 중요하
 후 여섯 번의 수업을 진행했는데, 이제 겨우 『종경록』 제1권  게 생각하는 부분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의 「표종장」 부분까지 읽을 수 있었다. 대장경 (大藏經)에 실  가지고 『명추회요』를 보면, 유청 스님은 『종경록』의 「표종

 린 분량으로 보면 3페이지 정도이지만, 「표종장」에 나오는   장」에서 세 부분을 발췌해낸 것을 볼 수 있고, 성철 스님은
 질문과 대답의 의도를 파악하고 인용된 경론의 전거를 확인  『선문정로』의 제1장에서 「표종장」의 마지막 부분을 집중 인
 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이다.  용한 뒤 이를 셋으로 나누어 각각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이번에 번역 발간된 『명추회요』의 774쪽을 보면 『종경록』   있음을 볼 수 있다.

 100권을 『명추회요』 3권으로 추려낸 장본인인 영원 유청 (?~   그렇다면 각자 다르게 인용한 내용을 통해 거꾸로 그 문
 1115) 스님의 발문(跋文)이 나온다. 발문이란 책의 끝부분에서   장을 인용한 사람의 의도를 파악해볼 수 있지는 않을까? 성
 그 책을 간행하게 된 경위 등을 짧게 적은 글을 가리킨다. 『명  철 스님께서 『선문정로』의 맨 앞에 인용한 부분은 아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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