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고경 - 2015년 11월호 Vol.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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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등장한다. 삼세란 아주 미세한 세 가지 망념을 가리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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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념 (無念)’ 혹은 ‘무심(無心)’이라 부를 수 있다는 말씀이다.
                                                                                 스님께서 교종(敎宗)의 권위라고 칭한 신라의 원효와 당의
                                                                               법장 두 사람은 모두 『대승기신론』에 대한 해설서를 남겼다.
                                                                               원효의 해설서인 『기신론소』가 먼저 성립되었고, 이후 법장

                                                                               이 원효의 책을 참조해서 자신의 『대승기신론의기』를 집필
                                                                               했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중에서 중국 화엄종
                                                                               의 대가인 법장 역시 이 삼세 개념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

                                                                               는 것에 무척 어려움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이해가 잘 되
                                      성철스님 평석 『선문정로』
                                                                               지 않는 개념일수록 적절한 ‘비유’가 요청되는데, 삼세, 곧 세
                                                                               가지 미세한 망념에 대해 법장이 든 비유는 아주 가깝고 친
          같은데, 스님께서 직접 번역하신 내용을 적어보자.                                          절하다. 이를 한 번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선 법장은 ‘멀쩡한 눈’을 ‘본래 깨달은 상태’에 비유하고,

             견성(見性)을 하면 즉시(卽時)에 구경무심경(究竟無心境)                                   ‘열병’을 ‘무명’에 비유하였다. 그래서 가장 최초로 열병이 눈
             이 현전(現前)하여 약과 병이 전부 소멸되고 교(敎)와 관                                  에 들어와서 멀쩡한 눈을 건드리는 것을 세 가지 미세한 망
             (觀)을 다 휴식(休息)하느니라. (『종경록』 1 「표종장」)                                념 가운데 첫 번째인 ‘업상(業相)’으로 보았다. 여기서 ‘업’은

                                                                               아주 미세한 움직임을 의미한다. 『대승기신론』에서는 본래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한문 원문의 ‘재득견성 (纔得見性) 당                                  깨끗한 세계에 문득 무명의 바람이 불어 본래의 상태가 살
          하무심 (當下無心)’ 가운데 ‘무심’을 스님께서 ‘구경무심경’으로                                 짝 움직였다고 표현한다. 법장은 멀쩡한 눈에 열병이 생겨
          풀어 놓은 점이다. 이는 ‘아주 궁극적인 무심의 경계’라고 새                                   ‘병든 눈’이 생기는 것을 세 가지 미세한 망념 가운데 두 번

          겨볼 수 있을 것인데, 그것이 어느 정도냐 하면, “삼세(三細)                                  째인 ‘능견상(能見相)’으로 보았다. ‘능견상’이란 ‘보는 주체’를
          의 극미망념(極微妄念)까지 멸진무여(滅盡無餘)”하는 것을 가                                    가리킨다. 다음으로 병든 눈으로 인해 눈앞에 실체가 없는
          리킨다. 여기에는 『대승기신론』에 나오는 아주 어려운 개념                                     허공 꽃이 나타나는 것을 세 가지 미세한 망념 가운데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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