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고경 - 2015년 12월호 Vol.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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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계를 맞아 공포심을 느끼고는 깨치지 못했음을 알았습
니다. 그리하여 곰곰이 생각해 보니 스승인 담당문준 스님
이 돌아가실 때 원오 스님을 찾아가 공부를 마치라 한 말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원오 스님을 찾아가니 이렇게 말해줍니
다. “네가 말한 허다한 망상이 끊어지는 때를 기다려야 너는
저절로 오매일여 (寤寐一如)에 이를 것이다.” 대혜 스님도 처음
이 말을 듣고는 믿지 못합니다. 그런데 부처님이나 조사스님
들의 말씀이 거짓이 아니라는 믿음을 일으켜 다시 공부를
살펴 마침내 확철대오를 합니다.
“처음 듣고는 믿지 못해서 매일 내가 돌아보니, 자고 깨
는 것이 분명히 두 조각이었습니다. 어떻게 감히 큰 입
가 없어 보였고, 또 깨어 있을 때는 부처님께서 가르친 것을 을 열어 선 (禪)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오직 부처님께서
의지하여 실천하고 부처님께서 야단 친 것은 감히 어기지 말씀하신 ‘자나깨나 한결같다〔寤寐一如, 『능엄경』〕’는 것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깨어 있는 일상에서는 여여하니 스스 이 거짓말이라면 나의 이 병은 제거할 필요가 없겠지만,
로 만족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잠자던 중 꿈에서 부처님 말씀이 과연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면 이는 내가
금은보화를 얻으면 기쁘기 한이 없고 어떤 사람이 칼이나 통달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뒤에 선사가 ‘모
몽둥이로 겁박하거나 악한 경계를 만나면 두려워 떨다가 깨 든 부처님의 출신처에 따뜻한 남풍이 불어온다’고 한 말
었습니다. 대혜 스님은 “스스로 살펴보니 이 몸이 있어도 잠 을 듣고, 홀연히 가슴에 막힌 물건을 없애고 바야흐로
들었을 때 이미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데, 하물며 지수화풍 부처님의 말이 참된 말이며, 진실한 말이며, 한결같은
이 흩어지고 여러 고통이 성하게 일어나면 어찌 윤회를 받 말이며, 속이지 않는 말이며, 거짓 없는 말이며, 사람을
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이르러 바야흐로 처음 바쁘게 공 속이지 않는 참다운 대자비라, 몸을 가루로 만들어 목
부하였다.”고 합니다. 숨을 바쳐도 가히 갚을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대혜 스님은 스스로 깨쳤다고 생각하며 지내다 꿈속에서 - 대혜, 『서장』, 「향시랑 백공에게 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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