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고경 - 2015년 12월호 Vol.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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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별어
 “만일, (화두가) 하루에 한 번도 틈이 없는 줄 알았거든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 때때로 점검하되 날마다 틈이
 없게 해야 합니다. 만일 사흘 동안 법대로 끊어지는 틈
            물구나무 자세에도 원조와
 이 없어, 움직이거나 가만히 있을 때에도 한결 같고〔動
 靜一如〕, 말하거나 침묵할 때에도 한결 같아 화두가 항상   짝퉁이 있었다
 앞에 나타나 있되, 급히 흐르는 여울 속의 달빛 같아서

 부딪쳐도 흩어지지 않고 헤쳐도 없어지지 않으며 휘저어
 도 사라지지 않아 자나 깨나 한결 같으면〔寤寐一如〕 크게
            _  원철 스님
 깨칠 때가 가까워진 것입니다.”

 - 『태고록』, 「방산거사 오제학수에게 답함」


 태고 스님과 같은 시대를 살다 가신 나옹(1320~76) 스님
 도 “공부가 이미 동정(動靜)에 간격이 없으며 오매(寤寐)에   떨어진 잎은 뿌리로 돌아가고 말라버린 연잎은 물로 돌아
 항상 일여하여 경계에도 흩어지지 않고 넓고 아득하여도 없  가는 시절이다. 부고(訃告) 역시 이 무렵에 많이 듣게 된다.

 어지지 않는다(『나옹록』)”고 말씀하시어 화두가 자나 깨나   작년 이맘때쯤 은사 법전 (1925~2015) 노사의 열반(음력 11월 2
 한결 같으면 깨달음이 가깝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일) 소식을 주변에 알려야 했다. 어느새 1주기(양력 12월 12일)
 이와 같이 간화선사들은 중국과 한국 공히 화두가 자나   가 되었다. 며칠 전(음력 10월 8일, 양력 11월 19일) 열반지인 팔

 깨나 한결같이 되어야 깨달음에 이른다고 말씀하셨으니, 간  공산 도림사에서 제자들이 모임을 가졌다.
 화선에서는 이 오매일여가 깨달음에 이르는 관문이라는 것  장강(長江)도 한 바가지의 물로 시작되고 태산 역시 한 삼
 을 알 수가 있습니다.   태기의 흙에서 비롯된다. 도림사 대가람 역시 노사의 한 칸
          토굴로 시작되었다. 1997년 진여심 안영주 보살님은 당시
          선산이며 동시에 과수원이던 땅 6만평의 부지를 시주하였

 박희승(중효)           한국문화연수원 교수. 조계종 총무원에서 기획차장, 문화차장, 연구소   다. 이듬 해 1998년 개토식 (開土式)을 했다. 벌써 15년의 세
 사무국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조계사 선림원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참선 프로그램을 진행하
 고 있다.    월이 흘렀다. 가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서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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