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고경 - 2015년 12월호 Vol.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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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제7식은 감각기관의 정보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로 변하는(非恒)’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아뢰야식의 정보는
이미 기록되어 있는 제8식으로부터 정보를 받기 때문에 제 ‘변함없는 항상성 (恒)’을 갖고 있다.
7식은 제8식에 종속되어 움직인다. 제8식의 기본적 특징은 전5식과 제8식이 외부와 내면의 정보창고라면 이 두 곳
‘무몰(無沒)’ 즉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제7식은 제8 에서 정보를 읽어와 처리하는 것은 제6식과 제7식의 활동이
식으로부터 끊임없이 정보를 받아서 작용함으로 제7식 또 다. 이 두 식은 읽어 온 정보를 해석하고 처리해야하기 때문
한 ‘항상함[恒]’이라는 지속성을 띤다. 나아가 연속되는 매 에 이로움과 손해라는 기준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자기
순간순간 자아에 대해 집착하고, 자기를 내세우며 타자와 집착(我執)’이다. 이 두 식의 차이는 지속성의 여부이다. 제6
대립하며 자의식을 유지하는 것이 제7식이다. 이런 이유로 식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감각정보에 의존하기 때문에
유식학에서도 제7식을 아애집장(我愛執藏), 즉 ‘자아에 대한 항상하지 않는 ‘비항(非恒)’이다. 하지만 제7식은 사라지지
집착의 뿌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않는 아뢰야식으로부터 정보를 읽어오기 때문에 항상 존재
끝으로 제8식은 ‘항이비심 (恒而非審)’으로 요약된다. 제8식 하는 ‘항(恒)’이라는 특징을 띠고 있다.
은 아득한 과거부터 미래까지 이어지며 자기동일성을 유지
시켜주는 내면의 정보창고이다. 아뢰야식은 항상 정보를 기
록하고 빠짐없이 미래로 상속하지만 ‘나’라는 생각을 고집하
거나,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 않는다. 자기 행위와 경험이 저
장된 정보창고와 같은 것이다. 그 정보를 읽어 와서 자아라
는 인식을 만들어내고, 나와 남을 구분 짓는 것은 제7식의
역할이다.
따라서 전5식과 제8식의 공통점은 정보의 창고일 뿐 스
스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감산은 이 두 식은 모두
‘헤아리지 않음[非審]’이라는 특징으로 분류했다. 이처럼 자
기를 중심으로 좋고 나쁨을 구별하지도 않고, 선악과 이익 서재영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학위를
과 손해를 분별하지 않기 때문에 이 두 식은 무기식 (無記識)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을 거쳐 현재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이트 www.
으로 구분된다. 차이가 있다면 전오식의 정보는 ‘시시각각으 buruna.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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