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고경 - 2015년 12월호 Vol.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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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대한 감산의 설명은 『유식삼십송』처럼 매우 간결 산이 제시하는 변수에 따라 각 식의 특징을 분석해 보면 우
하지만 음미할 내용은 심오하다. 주지하다시피 유식에서 마 리의 의식은 크게 외부의 정보를 읽어와 분석하고 처리하는
음을 여덟 가지 단계로 설명한다. 여덟 가지 중에 다섯 가지 ‘외부정보 작동체계’와 내면의 정보를 읽어와 처리하는 ‘내
감각기관을 하나로 묶어 전오식 (前五識)으로 부르기 때문에 부정보 작동체계’로 크게 양분됨을 알 수 있다.
마음은 전5식, 제6식, 제7식, 제8식 이렇게 네 가지로 구분 외부정보 작동체계는 다섯 가지 감각기관과 의식의 관계
된다. 감산은 그렇게 네 가지로 구분되는 각각의 식 (識)의 특 가 빚어내는 체계이다. 전5식으로 불리는 감각기관이 춥다
징을 결정짓는 것은 아래 도표에서 정리한 바와 같이 세 가 거나 덥다와 같은 느낌을 받으면 제6식은 그 정보를 분석하
지 변수라고 보았다. 여 좋다거나 싫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외부정보 작동체계
에서 제6식이 읽어올 정보의 창고는 오감의 대상이 되는 외
구분 헤아림[審] 항상함[恒] 자기 집착(執我)
부의 경계(境界)들이다. 즉 감각기관이 외부 정보를 감지하
전5식 × × ×
면 제6식은 이를 토대로 좋고 나쁨을 판단[審]하는 작동체
제6식 ○ × ○
제7식 ○ ○ ○ 계이다. 이때 좋고 나쁨을 판단하고는 기준이 되는 것이 바
제8식 × ○ × 로 ‘자아에 대한 집착[執我]’이다.
이처럼 외부정보 처리체계를 담당하는 것이 전오식과 제
외부정보 창고와 작동체계 6식인데 이 두 식의 특징을 감산의 원문과 성철 스님의 설
감산은 마음을 구성하는 네 가지 식(識)을 도표와 같이 명에 따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5식은 ‘비항비심
‘사량함[審]’, ‘항상함[恒]’, ‘자기 집착(執我)’이라는 변수를 통 (非恒非審)’으로 요약된다. 항상 지속되는 것도 아니며 사량분
해 마음의 작동체계를 설명한다. 여기서 ‘사량함[審]’이란 ‘생 별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전5식이란 눈(眼)・귀(耳)・코(鼻)
각으로 헤아림[思量]’과 ‘좋고 나쁨에 대해 분별(分別)’하는 ・혀(舌)・몸(身)이라는 다섯 가지 감각기관이다. 이 다섯 가
작용을 의미하고, ‘항상함[恒]’이란 사유 활동이 끊어지지 않 지 감각기관은 객관대상을 감각적 느낌으로 외부정보를 받
고 지속되는 항상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자기 집착[執我]’은 아들인다. 붉은 단풍을 보고, 바람소리를 듣고, 낙엽 냄새를
받아들인 정보를 해석할 때 작동하는 판단의 기준으로 볼 맡고, 과실의 단맛을 보고, 차가움을 느낀다. 하지만 다섯
수 있다. 결론적으로 감산은 정보에 대한 분별작용과 사유 가지 감각기관은 단지 각각의 대상을 느낄 뿐 좋다거나 싫
활동의 지속성을 의식의 핵심적 기능으로 이해하고 있다. 감 다는 판단은 내리지 않는다. 감각기관은 자아에 대한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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