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고경 - 2015년 12월호 Vol.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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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없기 때문에 감각기관이 받아들이는 정보는 좋지도 않고   움을 느끼지만 반대로 뜨거운 물에 손을 넣으면 뜨겁다는

 나쁘지도 않는 ‘무기성 (無記性)’이다. 이렇게 정보를 받아들일   느낌으로 대체된다. 따라서 제6식은 전5식이 주는 정보에
 뿐 좋고 나쁨을 분별하지 않는 것을 감산은 ‘헤아리지 않음  종속되어 수시로 변화하기 때문에 감산은 제6식을 ‘항상하
 [非審]’이라고 설명했다.  지 않음[非恒]’으로 분류했다.
 그렇다면 전5식이 받아들이는 정보의 지속성은 어떨까?
 감각기관은 그것이 처한 조건에서만 작용하며, 접촉하고 있  내부정보 창고와 작동체계

 는 그 순간의 대상만을 감지하여 전달한다. 이와 같이 감각  전5식과 제6식이 외부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하는 작동
 기관과 접촉하는 감각정보는 수시로 달라지기 때문에 감산  체계라면 내면의 정보를 읽고 처리하는 작동체계는 제7식과
 은 이를 ‘항상하지 않음[非恒]’이라고 설명했다.  제8식의 관계에서 진행된다. 그리고 제6식이 전5식을 통해

 둘째 제6식은 ‘심이비항(審而非恒)’으로 요약된다. 제6식의   객관대상을 정보창고로 삼았다면 제7식이 읽어오는 정보의
 기본적 특징은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  창고는 의식의 심연에 깊이 숨어있는 제8식의 정보들이다.
 를 해석하는 ‘사량(思量)’과 좋고 나쁨을 따지는 ‘분별(分別)’   감산은 제7식에 대해 ‘역항역심 (亦恒亦審)’으로 요약했다. 즉
 작용이다. 이런 특징을 합쳐서 사량분별 (思量分別)이라고 하  제7식은 ‘나’라는 자의식을 계속 유지 [恒]하면서 자아에 대
 는데 제6식의 첫 번째 역할은 전5식으로부터 받아들인 정  한 집착으로 항상 좋고 나쁨을 따지는 작용[審]을 한다는 것

 보를 분석하는 것이므로 감산은 이를 ‘헤아림 [審]’으로 분류  이다.
 했다. 제6식이 자아에 대한 집착에 근거하여 전5식에서 받  제7식과 제8식은 감각정보를 통해 외부의 정보를 수용하
 은 정보를 종합하여 헤아릴 때 비로소 우리의 의식에서는   는 체계가 아니라 의식의 심연 (深淵)에 일어나는 작용이다.

 “아! 아름다운 가을!”이라는 하나의 인식이 성립한다.  따라서 제7식은 제8아뢰야식에 기록된 정보를 읽어와 자아
 그렇다면 제6식이 지닌 이런 판단과 인식은 지속적인 것  정체성과 동일성을 고집하는 기제로 구성된다. 그래서 제7
 일까?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전5식과 제6식의 관계를   식의 정보창고는 자아 정체성과 관련된 근원적 정보를 담고
 CCTV와 모니터의 관계로 대입하여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있는 제8식이다. 이를테면 전5식과 제6식의 관계가 컴퓨터
 CCTV 앞에 어떤 사물이 나타나면 모니터는 그 사물을 반  의 마이크나 카메라 같은 입력장치와 프로그램의 관계로 볼

 영한다. 하지만 대상이 사라지면 모니터에도 아무것도 나타  수 있다면 제7식과 제8식의 관계는 하드 디스크와 중앙처리
 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찬 물에 손을 넣으면 제6식은 차가  장치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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