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고경 - 2015년 12월호 Vol.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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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교정해서 목판에 새긴 『종경록』을 보게 되었는데, 이 이 날 지경이었다. 도서관의 책을 다 보려고 한다면 평생 보
판본이 앞의 것보다 훨씬 정밀하고 상세하였다고 한다. 양걸 아도 극히 일부분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때 필자의 중심
이 말하는 이 항주 지역의 새로운 판본이 앞서 『명추회요』 을 잡아준 게송이 하나 있다. 서산 대사께서 편집하신 『운
에 나온 제본(淛本)으로 보인다. 수단가사(雲水壇歌詞)』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처럼 『종경록』은 연수 스님의 입적 후 100여 년이 지난
뒤 두 차례나 목판에 새겨져서 중국 각지로 전해졌고, 『명 나에게 한 권의 경 (經)이 있으니, 종이와 먹으로 된 것이
추회요』와 같은 촬요본도 나오게 되었다. 『종경록』은 당시 아니네
매우 귀한 책이었으므로 목판에 새겨져 널리 유통되었지만, 펼쳐보면 글자 하나 없지만, 항상 대광명을 비추고 있네.
정작 책이 많이 보급되자 이를 제대로 보는 사람이 드물었 我有一卷經 不因紙墨成
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대해 연수 스님을 극히 존경하던 혜 展開無一字 常放大光明
홍 각범 (慧洪覺範, 1071~1128) 스님은 『임간록(林間錄) 하』(선림
고경총서, 166쪽)에서 다음과 같이 비판하고 있다. 이 게송을 떠올리고서 했던 생각은 다름이 아니라, 도서
관에 있는 책을 다 보려고 할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궁
오늘날 천하의 명산대찰에서 그 책 (=『종경록』)이 없는 곳 금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것을 따라 필요한
이 없는 데에도 학인들은 죽을 때까지 한차례도 펴보지 책을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도서관에
않은 채, 오로지 배불리 먹고 실컷 잠자며 근거 없는 말 있는 많은 책들에 대해 더 이상 어지러움을 느끼지 않게 되
로 유희를 삼고 있으니, 그들을 부처의 은혜에 보답하는 었다. 이번에 한글로 번역된 『명추회요』는 360여 가지의 주
자라 하겠는가. 부처의 은혜를 저버리는 자라 하겠는가? 제로 뽑아져 있다. 그러므로 평소 공부를 하다가 문득 궁금
한 문제가 생길 경우, 이 책의 차례를 보면서 그에 맞는 항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그야말로 책이 넘쳐나는 시 목이 있으면 찾아가서 읽는 방법을 한번 권해 본다.
대이다. 그러므로 어떤 책이 좋은 것인지를 분간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와 관련해서 필자가 군대를 전역한 후 오랜
만에 대학 도서관에 들어갔을 때가 기억난다. 큰 책장을 가 박인석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영명연수 『종경록』의 일심사상 연
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불교학술원의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불교전서>
득 채운 서고를 보면서 그 많은 책의 양에 압도당해 현기증 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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