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고경 - 2015년 12월호 Vol.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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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성문과 보살들에게 묻는다. 너희가 내 법에서   라한이 되었다고 부처님이 인가하셨다.

 공부하여 더 이상 배울 것 없는 성자가 되었는데, 처음에 어
 디서 발심을 하고 십팔계 중에 어디로부터 어떤 방편을 통  손타라난타의 코
 해 삼마지에 들어갔느냐. 부처님이 묻고 제자들이 각각 나서  손타라난타는 정반왕의 둘째 아들로, 부처님의 배다른
 서 대답하는 곡절 속에 그들의 과거사와 수행이력이 드러난  동생이다. 난타가 그의 이름이고 아내 이름이 손타라이다.
 다. 그중에는 부처님의 피붙이 동생들도 등장하는데 부처님   얼마나 미모로 명성이 자자했으면 남편 이름에 그녀의 이름

 사랑이 너무 지나친 건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있다.  이 따라다녔겠는가. 심하게 예쁜 아내 때문에 그는 원래 출
          가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는데 부처님의 작전으로 그만 희
 아나율의 눈   생양이 되었다. 하루는 부처님이 일부러 난타 집에 탁발을

 아나율은 부처님의 작은 아버지 감로반왕의 아들이며, 부  나갔다. 손타라가 나와서 맞으며 밥을 담아드리려고 발우
 처님에게는 사촌 동생이 된다. 부처님의 강권에 못 이겨 울  를 가지고 들어간 사이 부처님이 처소로 돌아와 버렸다. 손
 며 겨자 먹기로 출가했는지, 그는 수행에 재미를 붙이지 못  타라가 나와 보니 안 계시기에 남편 손에 음식 담은 발우를
 한 모양이었다. 처음 출가했을 때부터 항상 잠을 좋아했다.   들려 보냈는데 부처님이 보자마자 출가하라고 하여, 억지
 하루는 급고독원에서 부처님이 설법하시는 중에 잠이 들어,   춘향으로 출가자가 되었다.

 그렇게 자다가는 축생이 될 거라는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출가를 했어도 아내가 그리워 만날 기회만 엿보다가 부처
 『증일아함경』에 전하기로, 꾸지람은 이랬다. “쯧쯧쯧. 어째  님과 대중이 공양 청을 받고 나간 날 핑계를 대고 따라가지
 서 잠만 자느냐. 소라, 고동, 조개 같구나. 한 번 잠들면 천년  않고는 대신에 자기 집에 가서 아내를 만나곤 했다. 경에서

 을 자다가 부처님 이름조차 듣지 못할 것이다.” 이 말에 눈  난타는 이 상황을 “제가 부처님을 따라 입도(入道)하여 구족
 물로 자책하며 이레를 뜬 눈으로 새다가 그만 두 눈이 멀었  계를 받았지만 삼마지에 들 때는 마음이 항상 산란하게 요
 다. 부처님이 요견조명금강삼매(樂見照明金剛三昧)를 보여주  동했습니다.”라고 고백한다.
 시자 그때부터 아나율은 ‘본다는 게 뭐지?’하고 깊게 판다.   마음을 잡지 못하는 그에게 부처님이 코끝의 흰 부분을
 그 삼매에 들어 색진 (色塵)을 잊고 견(見)을 돌이켜 자성을   관하라고 명하시어 코끝을 보면서 숨을 관찰했다. 콧구멍

 보았다. 육안을 잃고 심안을 얻은 것이다. 무너지지 않는 금  속의 공기가 연기 같이 드나드는 것을 관찰한 지 삼칠일 만
 강의 눈을 얻어 손바닥의 과일을 보듯 시방세계를 보니 아  에 몸과 마음이 안으로 밝아지면서 바깥 세계까지 훤히 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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