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고경 - 2015년 12월호 Vol.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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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 유리같이 투명해졌다. 연기 같은 상(相)이 점점 사라지고 눈과 코, 그리고 몸에 돌아다니는 따듯한 기운을 가지고 닦
숨이 흰색이 되면서 마음이 열리고 번뇌가 다하여 들숨 날 아 나아갔다. 진감 선사는 『정맥소』에서 이것을 두고 “잘못
숨이 빛으로 변했다. 그 빛이 시방세계를 비추니 부처님이 을 저지른 김에 그것으로 묘관을 성취했다(將錯就錯 可成妙
당래에 성불할 것이라고 수기를 주었다. 觀).”고 평했다. 장착취착은 일종의 속담인데 자신의 잘못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기왕 버린 몸, 이걸로 승부를 보아
오추슬마의 불 성공한다는 뜻이다. 비를 맞았을 때 아예 개울로 뛰어들어
오추슬마는 화두(火頭)라고 번역한다. 불, 불덩이, 불을 맡 목욕하는 식이다. 장애를 탓하기 전에, 저 높은 곳에서 없는
은 소임 등을 뜻한다. 그가 부처님께 과거사를 고백한다. 것을 찾지 말고, 몸에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가지고 시작하
“제가 기억해보니, 오랜 겁 전에 음욕이 많았습니다. 그때 공 라는 가르침이다.
왕(空王)이라는 부처님이 세상에 나와 ‘음욕이 많은 사람은 이 경은 볼수록 재미가 있고 마음에 무언가를 불러일으
맹렬한 불덩이가 된다’ 하시며, 저에게 백골(白骨)과 사지(四 킨다. 알바해서 돈을 벌 목적으로 보는 건데도 그렇다. 하물
肢)의 더운 기운을 다 관하라 하셨습니다.” 시키는 대로 몸 며 도를 닦는 것이 목표인 수행자에게는 훌륭한 자기계발서
뚱이를 돌아다니는 화대(火大)를 관찰했더니 신광(神光)이 나 실용서가 되지 않을까 한다.
안으로 엉기며 음욕의 불덩이가 지혜의 불덩이로 변했다. 화
광삼매의 힘으로 아라한을 이루자 부처님들이 불덩이라는
이름을 주었다. 그때부터 제불이 도를 이룰 때마다 금강신
이 되어 큰 힘으로 마군을 꺾어 누르고 불법을 보호하겠다
고 원을 세웠다. 그는 금강역사가 되었다. 절에 가서 탱화를
보면 머리에 활활 타는 불을 이고 있는 화두금강(火頭金剛)
이 바로 오추슬마이다.
이들 셋은 수면욕, 애욕, 음욕이 센 사람들로, 가장 기본
적인 욕구가 수행을 장애한 경우다. 이들은 자기에게 없는
이인혜 불교학을 전공하였고, 봉선사 월운 스님에게 경전을 배웠다. <선림고경총서>
것을 가지고 공부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장애를 재료 삼아 편집위원을 역임했고 『승만경』, 『금강경오가해설의』, 『송고백칙』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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