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고경 - 2015년 12월호 Vol.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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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 주인공의 삶
달마는 자질구레한 것 다 내버린 채 오직 본성만 보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불성 (佛性)이란 결국 자기다움이다. 타인이
규정할 수 없고 훼손할 수 없다. 이른바 ‘마음의 소리’ 또는 눈과 코와 불의 수행자
자기의 내면 깊숙한 데서 올라오는 둔중한 계시와 같다. 자
기다움은 자기만이 안다. 그냥 알아지진 않는다. 오랜 사유
가 만들어낸 퇴적물이다.
물론 자기의 불성을 따르는 길은 만만치 않다. 아무나 갈 _ 이인혜
수 없는 길이기에 고되고, 아무도 몰라주는 길이기에 외롭
다. 그러나 결국은 자기 살길 찾아가게 마련인 게 남들이다.
장기적으로는 ‘내 안의 나’와 친해지는 게 유리하다. 죽는 순
간까지 나를 위해 살다 갈 것이므로.
『능엄경』 알바에 파묻혀 지낸 지 거의 일 년이 되었다. 다
른 책을 읽을 시간도 없고 딴 생각을 할 여유도 없는 터라,
<고경> 원고 마감이 다가오면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이만저
만 고생이 아니다. 이전에 써본 글이라곤 학교 다닐 때 국군
장병 아저씨께 보낸 위문편지가 고작이어서 글을 쓰는 게
익숙하지가 않다. 왜 쓰는지, 무얼 쓸 것이지 모르는 채로
삼십여 차례, 오늘은 또 χ값을 어디 가서 구하나, 수학문제
를 받아든 수포자의 심정이 된다. 이걸 혼이 비정상인 상태
라고 해야 할지 스스로 딱하다. 간절히 글감을 구하면 우주
가 나서서 도와주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하다가 실패, 유
시민의 글쓰기 특강 동영상을 보며 두 시간 날리고도 실패,
장웅연(張熊硯) 집필노동자.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2002년부터 불교계에 할 수 없이 부처님을 팔기로 하고 『능엄경』에서 요즘 읽는
서 일하고 있다. ‘장영섭’이란 본명으로 『길 위의 절』, 『눈부시지만, 가짜』, 『공부하지 마라』,
『떠나면 그만인데』, 『그냥, 살라』 등의 책을 냈다. 최근작은 『불행하라 오로지 달마처럼』. 부분을 추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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