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고경 - 2015년 12월호 Vol.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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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 주인공의 삶
            달마는 자질구레한 것 다 내버린 채 오직 본성만 보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불성 (佛性)이란 결국 자기다움이다. 타인이
          규정할 수 없고 훼손할 수 없다. 이른바 ‘마음의 소리’ 또는                                     눈과 코와 불의 수행자
          자기의 내면 깊숙한 데서 올라오는 둔중한 계시와 같다. 자
          기다움은 자기만이 안다. 그냥 알아지진 않는다. 오랜 사유
          가 만들어낸 퇴적물이다.

            물론 자기의 불성을 따르는 길은 만만치 않다. 아무나 갈                                      _  이인혜
          수 없는 길이기에 고되고, 아무도 몰라주는 길이기에 외롭
          다. 그러나 결국은 자기 살길 찾아가게 마련인 게 남들이다.

          장기적으로는 ‘내 안의 나’와 친해지는 게 유리하다. 죽는 순
          간까지 나를 위해 살다 갈 것이므로.
                                                                                 『능엄경』 알바에 파묻혀 지낸 지 거의 일 년이 되었다. 다
                                                                               른 책을 읽을 시간도 없고 딴 생각을 할 여유도 없는 터라,
                                                                               <고경> 원고 마감이 다가오면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이만저

                                                                               만 고생이 아니다. 이전에 써본 글이라곤 학교 다닐 때 국군
                                                                               장병 아저씨께 보낸 위문편지가 고작이어서 글을 쓰는 게
                                                                               익숙하지가 않다. 왜 쓰는지, 무얼 쓸 것이지 모르는 채로

                                                                               삼십여 차례, 오늘은 또 χ값을 어디 가서 구하나, 수학문제
                                                                               를 받아든 수포자의 심정이 된다. 이걸 혼이 비정상인 상태
                                                                               라고 해야 할지 스스로 딱하다. 간절히 글감을 구하면 우주
                                                                               가 나서서 도와주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하다가 실패, 유
                                                                               시민의 글쓰기 특강 동영상을 보며 두 시간 날리고도 실패,

          장웅연(張熊硯)      집필노동자.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2002년부터 불교계에                   할 수 없이 부처님을 팔기로 하고 『능엄경』에서 요즘 읽는
          서 일하고 있다. ‘장영섭’이란 본명으로 『길 위의 절』, 『눈부시지만, 가짜』, 『공부하지 마라』,
          『떠나면 그만인데』, 『그냥, 살라』 등의 책을 냈다. 최근작은 『불행하라 오로지 달마처럼』.                 부분을 추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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