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고경 - 2016년 2월호 Vol.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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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심리학에서는 우리 의식을 표층의식과 잠재의식, 그리고 보이기도 한답니다. 또 영화 필름처럼 뭔가가 자꾸 반복적으
무의식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표층의식은 우리 일상생활의 로 보이고, 관세음보살이나 부처님이 보이는 것은 더 말할 것
의식을 말합니다. 이 표층의식 내면에 잠재의식이 있다고 봅 도 없습니다. 참선하는 도중에 화두가 순일하지 않고 별 희한
니다. 겉으로 드러난 의식이 표층의식이라면, 잠재의식은 드 한 현상들이 나타나는 것이니 신비한 경계라는 것도 실은 모
러나지 않지만 내면에 있는 의식이라는 것입니다. 표층의식과 두 다 망상입니다. 화두 참선할 때는 화두 이외에는 모두 번
잠재의식 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것이 무의식입니다. 일반적 뇌망상입니다. 신비한 경계든 익숙한 경계든 일체가 화두를
으로 사람들은 평소에 표층의식만 인지하고 살아가는데 잠 놓쳤을 때 나타나는 것이니까요.
자다 꿈에 보이는 것이 잠재의식이고, 잠잘 때에 꿈틀대는 의
식을 무의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경계 대처법
화두 참선은 화두 하나를 간절히 의심해 들어가 일상생활 그러므로 참선인은 반드시 화두 이외에 일어나는 모든 경
의 표층의식과 꿈속에서 나타나는 잠재의식, 그리고 잠 잘 때 계는 망상으로 보아 일체 신경 쓰지 말아야 합니다. 중도연기
에 움직이는 무의식까지 완전히 정화하는 공부입니다. 이것을 를 이해해서 정견을 세운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과 일체 만물
동정일여, 몽중일여, 숙면일여 또는 오매일여이라 합니다. 이 모두 실체가 없는 연기이고 무아, 공이라는 것을 알 것입
그러므로 화두가 성성적적 삼매로 바로 들어가서 순일한 니다. 그러니 실재하는 것이 없습니다. 부처든 보살이든 그 무
경우에는 어떤 경계도 보이지 않고 공부가 잘 되어 갑니다. 엇이든지 있다고 집착하면 양변에 떨어집니다. 양변을 버려야
하지만, 화두가 성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번뇌 망념이 오락가 지혜가 나오고 깨칩니다.
락 하는 도중에 언뜻언뜻 잠재의식과 무의식이 나타나는 경 이와 같이 중도 정견은 화두 참선에서도 기준이 되어야 합
우를 신비한 경계라 할 수 있습니다. 니다. 참선할 때는 오직 화두만 챙겨야 하며, 화두를 놓쳤을
이것을 ‘신비한 경계’라 하는 이유는 일상에서는 한 번도 때 나타나는 그 어떤 신비하고 이상한 경계도 망상이니 무아,
보지 못하던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보통 이런 체험을 공으로 보아 신경 쓰지 말아야 합니다. 그 경계에 머물고 집
하게 되면 신기하고 놀랍니다. 그래서 좀 신비스럽기도 합니 착하면 실재인 양 착각과 작난이 일어납니다. 특히, 부처님이
다. 사람에 따라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내게 상 나 보살님이 나타나는 경계는 현혹되기가 쉽습니다.
담하러 오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선하는데 고양이 그래서 선문(禪門)에서는 살불살조(殺佛殺祖)라는 말을 씁
가 나타나기도 하고 몸에 진동이 오거나 황금색 불덩어리가 니다. 참선할 때는 화두 이외에 부처든 조사든 모두 마구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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