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고경 - 2016년 2월호 Vol.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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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선은 목숨 걸고 해볼 만한 일

           성철 스님과의 인연을 소개한 적명 스님은 수행정진의 중
         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젊은 시절 봉암사에서 10여 명의 대중들이 같이 산 적이
         있어요. 지금처럼 도량이 정리되어 있지도 않았어요. 여느 시
         골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조그만 사찰이었습니다. 그래도 어떤

         스님은 밭에서 김을 매고, 어떤 스님은 마루에 앉아서 바둑
         을 두고, 어떤 스님은 방에 앉아서 참선을 했습니다. 그러나
         스님들은 서로에 대해 아무 말도 안했어요. ‘무한신뢰’가 있었

         기 때문입니다. 무비 스님은 당시를 ‘꿈 같은 시절’이었다고 말
         할 정도예요. 그때처럼 대중들이 서로를 믿고 탁마하는 도량
         으로 봉암사를 가꾸고 싶은 생각입니다.”
           적명 스님은 결제 때 대중이 오면 ‘최소 세 철에서 여섯 철
         정도를 봉암사에서 살아보라’ 당부한다고 한다. 스님은 이 기                                                           봉암사 대웅전에서 자리를 함께 한 백련불자들

         간 동안 선 (禪)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으며, 또 체험할 수 있
         도록 도와주겠다고 단언했다.                                                       의 괴리’ 지적에 대한 답도 내놓았다.
           “생사(生死)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선(禪)’에 있습니                                   “선이 사회에 줄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어요. 두 가지 정도

         다. 진정한 대자유를 누릴 수 있어요. 그런데 이것은 머리로                                     로 보는데, 첫째는 선정 (禪定)이고 둘째는 깨달음입니다. 선정
         생각하고 이해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직접 체험을                                     을 통해 사람들은 특별한 세계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게 됩
         하면 확신이 듭니다. 이를 위해 반드시 부처님 가르침과 선에                                     니다. 깨달음을 통해서는 나와 네가 둘이 아니 (不二)라는 것
         대한 확고한 믿음(大信心)이 있어야 해요.”                                              을 알 수 있게 되는 거죠. 이렇게 되면 세상은 평화로워질 것
           스님은 ‘참선이 목숨 걸고 해볼 만한 일’이라고 여러 차례                                    이고 아무런 시비와 분별이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훗날 우리

         강조했다. 그렇다고 불교와 선이 깊은 산중에 처박혀 있는 것                                     사회가 이렇게 된다면 그 중심에는 부처님께서 전한 무아(無
         에도 단호히 반대했다. 최근 불교계에 제기되고 있는 ‘세상과                                     我)와 연기(緣起)의 가르침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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