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고경 - 2016년 2월호 Vol.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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因緣生法)을 나는 곧 무라고 하고(我說卽是無), 또한 가명이라                                    다면 공가중을 개별적 의미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

         하며 (亦爲是假名), 또한 중도라고 한다(亦是中道義).”고 설파했                                  로 이해해야 한다는 안목을 제시한 것이다.
         다. 모든 존재는 수많은 조건 (緣)에 의해 생성되며, 여러 조건                                    천태지의는 혜문 선사의 이와 같은 일심삼관 사상을 계승
         을 따라 성립된 것이므로 모든 존재의 본성은 공(空)하다는                                      하여 ‘삼제원융(三諦圓融)’이라는 개념으로 확장시킨다. 존재
         것이다. 존재는 상호의존 속에서 존재하며, 의존을 통해야만                                      의 본성으로서의 ‘공’과 현상적 모습인 ‘가’, 그리고 그 양자의
         비로소 있을 수 있는 존재에게는 ‘나(我)’라는 실체가 없는 것                                   통합적 속성인 ‘중’이 서로 자유롭게 소통하고 있음을 밝힌

         이므로 개별 존재는 ‘무(無)’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 것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중관사상은 천태종에 의해 중국의 학파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의 눈앞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존                                     불교로 수용되고, 천태지의에 의해 더욱 심화되고 체계화된
         재들이 펼쳐져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실체가 없는 것이므로                                      다. 나아가 당대에 이르면 화엄종에 영향을 미치면서 중국 대

         ‘거짓 이름’으로만 존재함으로 용수 보살은 이를 ‘가명 (假名)’                                  승불교의 핵심사상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라고 했다.
           성철 스님은 용수 보살의 이와 같은 중관사상은 부처님의                                        ● 천태의 삼제원융 사상
         중도사상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았다. 따라서 중도사상의 흐름
         은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부처님께서 초전법륜을 통해 설법                                          “어째서 그대로 공(空)인가? 모든 것이 연(緣)에서 생기니

         한 중도사상은 용수 보살에 의해 중관사상으로 체계화되고,                                           연에서 생기면 주체가 없고(緣生卽無主) 주체가 없으니 공
         이는 모든 대승불교의 사상적 젖줄이 된다. 그리고 『중론』에                                         이다(無主卽空). 어째서 그대로 가(假)인가? 주체가 없이
         서 제시된 삼제사상은 천태종의 개조로 추앙받는 혜문 선사                                           생기니 (無主而生) 바로 이것이 가(假)이다. 어째서 그대로

         에게 깊은 영감을 주게 된다. 그는 『중론』의 삼제게로부터 ‘일                                       중(中)인가? 법성(法性)을 벗어나지 아니하여(不出法性) 모
         심삼관(一心三觀)’이라는 천태학의 주요 개념을 도출한다.                                           두가 그대로 중이다. 마땅히 알아라. 한 생각이 즉공・즉
           용수 보살의 삼제사상이 존재의 실상을 설명하는 개념이                                           가・즉중이기 때문에 모두 필경공이며, 모두 여래장이며,
         었다면 혜문 선사는 여기에 일심 (一心)이라는 마음을 결부시                                         모두 실상이다.”
         킨 것이다. 공가중이란 존재의 통합적 속성이지만 우리들의

         마음이 그것을 세 가지 측면으로 구분해 보고 있다는 맥락                                         위의 인용문은 천태지의의 대표저작 『마하지관』에서 설명
         으로 풀이할 수 있다. 따라서 존재의 속성을 바로 보고자 한                                     하고 있는 삼제원융에 관한 내용이다. 반야심경에서는 ‘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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