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고경 - 2016년 3월호 Vol.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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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도 못하면서 부(富)까지 가지려 하니 속인보다 더한 속  때까지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말썽꾸러기였다가 고등학교 때

 인이 되어 버렸습니다.”  부터 공부를 시작해 고3때는 육사 입학시험에 지원할 정도는
 스님은 선방 문화가 바뀌는 것에 대해서는 시간의 변화에   됐어요. 당시 육사 경쟁률이 50대 1, 60대 1 할 때였는데, 필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진단했다.   기는 붙고 2차 면접에서 떨어졌어요. 재수해서 육사에 합격
 “예전 선방은 지계 (持戒) 관념도 없었고 무식(無識)을 자랑  해 복수(?)하고 보란 듯이 다른 대학에 가려고 했는데 그러지
 하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다 해인총림이 생기면서 수좌들이   는 못했습니다. 하하. 기계 체조도 취미삼아 했지, 선수는 아

 공부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성철 스님이 ‘백일법문’을 하면서   니었습니다.”
 선방 지대방에서도 체용(體用)이 어떻고, 쌍차쌍조(雙遮雙照)  출가 전 스님은 출가자들을 잘못된 선택을 하는 사람이라
 가 어떻고, 돈오돈수(頓悟頓修)가 어떻고 하는 얘기를 하기 시  고 생각했다. 세상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만을 위해

 작했어요. 그전에는 한가하게 이런저런 주변의 얘기나 하는   사는 것 같은 모습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홀로 대입 공부를
 정도였거든요. 토굴 문화나 각방 문화 같은 것도 사회경제적   하던 중 중학교 때의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불교단체에서
 변화에 따라 생기지 않았나 싶어요. 다만 선방의 변화가 항  신행 활동을 하던 중이었다.
 상 수행 중심이어야 한다는 것은 명심했으면 합니다.”  “그 친구가 부처님에 대한 얘기를 해줬습니다. 부처님은 모
 한국불교의 선원을 대표하는 어른답게 스님은 수행과 종  든 것을 다 아는 분이고, 뭐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분

 단 문제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밝혔다. 말씀을 들으면서 스님  이라고 해요. 그래서 제가 물었어요. 그런 분이 왜 계속 살아
 에 대한 몇 가지 풍문(?)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하고 싶어졌다.   있으면서 가르침을 펼치지 않고 돌아가셨느냐고요. 그랬더니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기계체조 선수 출신이다 등등 오래   친구는 부처님은 욕망을 버린 분이다, 삶에 대한 욕망도 없었

 전부터 들어왔던 소문들을 확인하기 위해 숨도 돌릴 겸 출가   고, 죽음을 기피하지도 않고 피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모든
 인연을 여쭈기 시작했다. 출가 인연 속에 오늘날의 적명 스님  것을 통달했기 때문에 죽음 따위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것
 이 그려져 있었다.   이죠. 친구 얘기를 들으면서 저는 대학에 가기 위해 열 몇 가
          지 과목을 공부하는데 부처님처럼 모든 것에 통달하면 굳이
 ● “성공해도 실패해도 한 줌 흙으로 남는 인생인데…”  공부를 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도 잠시 들긴 했습니다. 하

 “저는 대입 재수를 하다가 21살에 출가를 했습니다. 중이   하.”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하다가 갑자기 출가를 했어요. 중학교   처음에는 농담처럼 들었던 친구의 말이 계속 가슴에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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