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고경 - 2016년 3월호 Vol.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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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만들어 선방을 일신시켰습니다. 서옹 스님은 공부 얘기만   오랜 시간동안의 인터뷰는 흥미진진했다. 불교와 수행에

 하던 분이었어요. 보살행으로는 지월 스님을 따라갈 분이 없  대한 스님의 생각을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었다. 스님에게 스
 었고, 경봉 스님이나 춘성 스님은 뭔가 특별함이 있던 분들입  님의 삶과 수행을 드러낼 수 있는 ‘물건’이 있으면 말씀해 달
 니다. 법문하는 것을 보면 전강 스님 같은 분이 없습니다. 향  라고 했다. 스님은 “예전에 많이 보던 책이나 젊었을 때 찍었
 곡, 설봉 스님 등도 기억에 남습니다.”  던 사진 등이 제대로 남겨둔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도 “그래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불자와 국민들이 좀 더 쉽게 수행  도 신발은 떨어질 때까지 신는다.”며 웃었다.

 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여쭈었다. 스님의 답은 수행이 그리 어  한국불교의 자존심이자 수좌들의 영원한 고향 봉암사가 바
 렵지 않다는 것이었다.   로 스님의 물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봉암사를 나왔다.
 “수행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욕망을 절제하는 것이  ‘한고추(閑古錐)’란 말이 있다. 닳아서 끝이 날카로우면서

 에요. 사람들에게 당부를 합니다. ‘하고 싶은 말을 하면 안 된  노련한 송곳이라는 말이다. 서슬이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지
 다, 해야 될 말만 하자.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안 된다. 해야 될   만 원숙함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진짜 수행자를 빗댄
 일만 하자’고 말입니다. 이 두 가지만 지키면 저절로 수행이   표현이다. 우리 시대의 선지식 적명 스님에게 ‘한고추(閑古錐)’
 될 것입니다. 수행은 말과 행동을 절제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란 말이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
 합니다. 불쑥 말하고 불쑥 저지르면 안 됩니다. 이 작은 것이

 계율의 전부이고 수행의 전부입니다.”
 곧 이어 공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경전을 추천해 달라고
 청을 드렸다. 스님은 『금강경』과 『능엄경』을 추천했다.

 “두 경전은 대비되는 경전입니다. 『금강경』은 대승불교의
 뿌리이자 선 (禪)의 경전입니다. 색즉시공(色卽是空)이면 끝이
 에요. 반면 『능엄경』은 왜 공(空)인지 논리적으로 자세히 설
 명을 해줍니다. 두 경전을 함께 보면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여력이 된다면 공(空)과 유식(唯識)을

 종합한 인도불교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는 『대승기신론』도
 추천해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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