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고경 - 2016년 3월호 Vol.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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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 스님의 화두 참선 이야기  ●  정리 _ 박희승  이 자리에서 어떤 집착과 갈등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

          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주의할 것이 중도를 잘 이해했다
          고 깨친 것은 아닙니다. 자동차 운전도 이론을 잘 이해했다고
 화두 공부에서   바로 운전할 수 없듯이 본래부처라는 것을 이치로 알았다 해
          도 직접 실천하고 체험해야 깨칩니다.

 적적 경계 문제   그래서 자꾸 지겹도록 중도 정견을 세우고 참선하자고 하
          는 겁니다. 그러면 참선하는 과정도 즐겁고 공부도 잘 됩니
          다. 부처님이 깨쳐 일체 분별망상을 벗어나 영원한 자유와 행
          복을 성취하신 길이 중도이니, 이 길을 바로 알면 수행상의

          크고 작은 경계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 또 설사 화두
          타파를 못해도 공부한 만큼 자기를 비울 줄 알고 마음이 밝
 ●        아져 지혜와 자비를 실천할 수가 있습니다.
 부처님이 깨친 중도를 바로 이해해서 정견을 세  그런데 중도 정견이 부실하면 공부 과정에서 만나는 여러
 우고 이것을 체험하고 실천하는 참선을 해나가면 공부가 쉽  경계에 휘둘려 엉뚱한 방향으로 가기 쉽습니다. 그중에 하나

 고 재밌습니다. 저는 이것을 무한향상(無限向上)의 길이라 합  가 적적삼매를 공부로 착각하여 빠지는 것입니다.
 니다. 이 선은 착각과 분별망상에서 벗어나 지혜와 자비 광명
 을 실천하는 끝없는 길입니다. 간화선은 “모 아니면 도”라는   ● 적적(寂寂)을 경계하라

 말이 있지요? 화두 타파해서 바로 견성하거나 안 되면 ‘아무   적적(寂寂)은 적적삼매를 말합니다. 적적삼매는 마음이 그
 것도 아니다’는 말인데요. 이렇게 양변에서 공부해서는 수행  냥 고요하고 편안한 삼매를 말합니다. 이것도 삼매의 하나인
 도 잘 안되고 그 과정에서도 즐겁지 못합니다.   데요. 마음에 번뇌망상이 일어나지 않으면 마냥 편안하고 고
 하지만 부처님이 깨친 길인 중도를 먼저 이해해서 자기가   요한 삼매가 지속됩니다. 그러면 아늑해지고 편안한 마음이
 본래부처라는 것에 믿음이 나면 과정도 재밌고 못 깨치더라  지속되어 도를 성취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도 간만큼 행복집니다. 왜 그런가? 중도 정견을 이해하면 내  불교에서는 이것을 전통적으로 외도(外道)라 경계해 왔습
 가 본래부처고 현실 이대로 극락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지금   니다. 불교 교법을 공부할 때도 무아(無我)·공(空)이 중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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