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고경 - 2016년 3월호 Vol.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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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잘못 알아 무아를 ‘내가 없다’는 허무주의로 알거나 유- 이고 관계에서 고립되어 도 닦는다고 조용한 곳이나 산속 토
무 양변의 무에 집착하여 무기공(無記空), 악취공(惡取空)에 굴, 암자로 갑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가정과 직장과 단절되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참선과 수행에서도 마 고 함께 하는 것을 못하고 폐인이 되어 가게 됩니다.
음에 번뇌가 사라져 고요하고 편안하면 공부가 잘 되는 것으 그러므로 참선할 때는 안으로나 밖으로 고요한 것에만 머
로 착각할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외도입니다. 물거나 집착하면 안 됩니다. 안으로는 화두룰 성성하게 하고
불교의 삼매는 중도로 성성적적 또는 적적성성입니다. 마 밖으로는 고요하든 시끄럽든 상관없이 공부할 수 있어야 합
음이 고요하면서도 또렷또렷하게 깨어 있어야 합니다. 화두도 니다. 성철스님은 조용한 곳만을 찾아서 공부하는 선객을 고
없고 번뇌도 사라져 고요하고 편안하기만 하면 공적 (空寂), 적 적병 (孤寂病)이라 경책했습니다. 거기에 떨어지면 공부 성취
적에 머무는 것입니다. 반대로 화두와 번뇌가 왔다갔다 하면 는 고사하고 사람까지 버리게 된다고 야단쳤습니다. 선방 다
성성 (惺惺)만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성성적적 또는 적적성성 니는 분들 중에 유독 시끄러운 것을 못 참는 분들이라면 자
으로 다 갖춰야 마음이 편안하면서도 또렷또렷하게 깨어 있 기 공부를 점검해보기 바랍니다.
는 중도삼매를 회복하여 깨칩니다.
불자들이 고요한 적적을 수행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지 ● 고요한 적적에서 벗어나는 길
만, 요가나 단전호흡, 기공 같은 경우에도 일체를 비워 고요 그러면 이 적적경계, 외도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요? 그
한 자리를 어떤 신비한 경지로 말하여 그것을 터득하는 수련 길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말해 왔듯이 중도 정견을 갖추고 화
을 도(道)라 하는 말도 들립니다. 이것은 중도가 아니고 외도 두를 성성하게 드는 것입니다. 화두가 성성하면 적적이 저절
이니 잘 알아 두어야 합니다. 로 이뤄져 성성적적의 중도삼매가 되는데 그러면 체험하는
특히 재가생활인들이 이 적적 경계에 빠지면 복잡하고 어 만큼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지혜가 나옵니다. 이 성성적적삼
려운 일이나 관계를 외면하고 자기 안에 자꾸 안주하는 경향 매는 체험할수록 마음이 밝아져 일상생활에 큰 도움이 됩니
이 나타나게 됩니다. 자기 마음은 편안한데, 가정이나 회사는 다. 좀 급한 성격의 사람도 화두를 성성하게 체험하면 여유를
크고 작은 문제와 갈등이 늘 벌어집니다. 그러면 그 문제를 가지게 되고, 좀 느린 행동의 사람은 화두가 성성하게 챙겨지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풀어나가야 하는데, 자기 마음이 편하 면 행동이 빨라집니다. 짜증과 화가 잘나고 마음이 늘 어두
고 허무하게 세상을 보니 소극적이 되고 방치하게 되어 문제 워 부정적인 성격의 사람도 화두가 성성하게 체험되면 화가
와 관계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꾸 소극적 줄고 마음이 편안해지고 밝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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