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고경 - 2016년 4월호 Vol.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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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말을 하셨어요. 다 같은 뜻입니다.                                                   가령, 참선할 때 무수한 번뇌망상이 생멸하는 가운데 그 번

           참선하는 사람은 오직 불법을 믿고 자기 마음이 그대로 본                                     뇌가 실체가 없고 연기 현상이라 보면 다 허망할 뿐입니다. 이
         래 부처고, 본래 청정하고, 본래 지혜와 자비를 다 갖추고 있                                    때 가벼운 마음으로 오롯이 화두를 챙겨 나가면 화두에 몰입
         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그렇게 믿음이 탄탄할수록 헛된 분                                     할 수가 있습니다. 이처럼 번뇌를 가벼이 보면 볼수록 화두 삼
         별망상과 집착에서 벗어나기가 쉽고 지혜로운 일상생황이 되                                       매를 체험하기가 쉽습니다. 화두에 물러서지 않고 밀고 나갈 때
         면서 화두 공부도 빠르게 됩니다.                                                    어느 날 문득 공부 힘이 덜어지면서 화두가 성성하게 챙겨지게

                                                                               되는데 바로 이 자리가 공부 힘을 얻는 곳이란 말입니다. 이 생
           ● 생력(省力)처가 득력(得力)처                                                  력처가 득력처라는 말은 오직 체험이 되어야 알 수 있습니다.
           참선 수행자의 가장 큰 고민이 화두 일념이 잘 안 된다는                                     다만, 지금은 애쓰고 애쓰는 가운데 그런 자리를 체험하게 되

         것입니다. 앞서 누차 말씀드린 바와 같이 화두가 잘 안 되는                                     면 화두 공부힘이 붙게 된다는 것을 알아 두시길 바랍니다.
         것은 중도 정견과 신심, 발심의 문제입니다. 화두 자체가 문제                                      우스갯소리를 하나 하자면, 인디언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
         가 있거나 간화선 공부가 어렵거나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길                                     드시 비가 온다지요.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
         을 잘 모르고 여행을 가면 목적지까지 가기 어렵듯이 화두                                       랍니다. 이와 같이 화두 참선할 때 포기하지 않고 매일매일
         공부도 길을 모르고 가면 가기가 어렵지요. 그래서 화두 공                                      단 5분이라도 참선을 포기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생활화하다

         부 길을 아는 정견을 갖춰야 합니다. 이 정견은 아무리 강조                                     보면 어느 날 문득 화두가 성성해지면서 마음이 환하게 밝아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지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포기하고 물러서는
           참선할 때, 잘 안 되더라도 지속적으로 노력해가다 보면,                                     사람에게는 달리 도리가 없습니다.

         어느 날 문득 공부 힘을 얻을 때가 있으니 바로 힘이 덜림을
         아는 때가 공부 힘을 얻는 곳이란 말입니다. 이것을 대혜 스                                       ● 익숙한 것을 설게, 설은 것은 익숙하게
         님은 『서장』에서 “생력처 (省力處)가 득력처(得力處)”라 했습니                                    초심자들이 참선할 때 익숙한 것은 분별망상입니다. 우리
         다. 즉, 화두 참선을 규칙적으로 생활화해 나가다 보면, 어느                                    는 늘 망상으로 살아갑니다. 분별망상은 익숙하나 화두는 설
         날 문득 화두가 또렷또렷해지면서도 힘이 가벼워질 때가 있                                       지요. 그래서 화두 공부하는 사람은 익숙한 망상은 설게 하

         습니다. 이때가 바로 생력처이고 이 자리가 바로 공부 힘을                                      고 화두는 익숙하게 해야 합니다. 이 공부 방향은 알겠는데
         얻는 득력처라는 것입니다.                                                        실제 실천이 쉽지 않습니다. 중도 정견도 모르고 분별망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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