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고경 - 2016년 4월호 Vol. 36
P. 41
낸 인간의 정신과 마음의 무한성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경
기는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무궁무진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지,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광대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광대한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인간을 이기기 위해 얼마나 방대한 자원과 정보가 동
원되었는가를 돌이켜보면 마음의 광대함과 무한한 능력을 어
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다.
● 일체유심조와 마음의 무한성
돌아보면 인간이 축적한 어마어마한 지식정보와 첨단의
물질문명 등은 모두 인간의 지적 능력이 만들어 낸 것이다. 한다는 의미로만 받아들인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여기서 우리는 삼라만상은 모두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가는 인공지능을 보면 일체유심조의 가르침에 대해 다시 음
『화엄경』의 말씀을 새삼 주목하게 된다. 『화엄경』의 가르침 미해 보게 된다.
중에 “若人欲了知 三世一切佛 應觀法界性 一切唯心造.” 머지않아 알파고보다 몇 천배 성능이 뛰어난 인공지능들
라는 게송이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삼세의 모든 부처님을 이 등장할 것이다. 그런 인공지능들이 갖가지 기계와 물리적
알고자 한다면 마땅히 법계의 성품을 보아야 하나니, 모든 것 존재를 만들어내고, 삶의 공간을 설계하고 세상자체를 창조
은 오직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 할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창조된 물리적 존재와
는 법계란 지구와 같은 시공을 넘어 광활한 우주와 삼라만상 세계의 근원을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마땅히 엄청난 성능과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와 같이 광활한 법계의 모든 존 정보처리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삼
재와 물리적 현상들이 모두 마음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라만상은 모두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화엄의 가르침은
화엄의 가르침이다. 문학적 수사에 그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체유심조’란 가르침에 대해 인식론적으로 알파고 역시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인공의 마음이다. 알파
만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세상사가 모두 마음먹기 달렸으 고를 만든 구글 자회사의 이름도 ‘DeepMind’ 즉 ‘심층의 마
니 비록 상황이 나쁘고, 삶에 위기가 닥쳐도 마음을 잘 써야 음’이다. 인공지능을 설계한 엔지니어들도 알파고가 단순한
38 고경 2016. 04.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