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고경 - 2016년 4월호 Vol. 36
P. 42
기계가 아니라 ‘인공의 마음’으로 설정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 서 각각의 십법계에 십법계가 구족되어 있음으로 전체적으로
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갖고 있는 엄청난 정보와 능력을 인 보면 백 법계가 된다.
간의 마음도 갖고 있을까? 그에 대한 답은 천태학에서 말하
는 ‘일념삼천 (一念三千)’설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념삼 ● 찰나의 생각에 담긴 3천 가지 법
천이란 ‘한 생각 속에 삼천 가지 법 (法)이 갖추어져 있다’는 교 그렇다면 백법계는 어떻게 삼천법계로 확장될까? 『법화경』
설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3천이라는 수는 교학적 근거를 에 따르면 법계는 ‘십여시 (十如是)’라는 열 가지 특징을 갖고
통해 도출된 숫자이다. 하지만 3천이라는 숫자는 반드시 3천 있다. 현상적으로 나타난 모든 존재의 형상인 여시상(如是相),
이라는 수학적 의미가 아니라 ‘모든 것’, ‘전체’라는 의미로 해 모든 법에 구비된 내적 특성인 여시성 (如是性), 법계의 실질
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3천이 도출된 과정을 살펴 적 체성이 되는 여시체 (如是體), 제법이 갖고 있는 힘과 능력
보면 ‘3천’이란 숫자는 온 법계가 동원되어 만들어진 숫자이 인 여시력 (如是力), 제법의 힘에 의해 나타나는 작용인 여시작
기 때문이다. (如是作), 여시작에 따라 나타나는 근본원인으로써 여시인(如
천태 대사의 『마하지관』에 따르면 “한 마음[一心]이 십법 是因), 여시작에 따라 나타나는 조건인 여시연(如是緣), 근본
계를 구비하고, 한 법계가 또 십법계를 갖추니 백 법계이며, 원인에 따라 나타나는 여시과(如是果), 조건에 따라 나타나는
한 세계가 삼십 가지 세간을 갖추어 백 법계가 곧 삼천 가지 여시보(如是報), 이상 아홉 개의 여시가 모두 평등하다는 여
세간을 갖춘다. 이 삼천법계가 모두 한 생각의 마음에 있다 시본말구경 (如是本末究竟)이 그것이다.
[三千在一念心].”고 했다. 천태학에서 설명하는 십법계(十法界) 이상과 같은 법계의 열 가지 특징을 백법계에 곱하면 천 법
란 중생이 살아가는 세계가 열 가지 층위로 구성되어 있다는 계로 확장된다. 이와 같은 천 가지 법계에 다시 세 가지 세간
것이다. 즉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간・천상이라는 6도 이 곱해진다. 『대지도론』에 따르면 세간에는 오음세간(五陰世
윤회의 세계와 성문・연각・보살・불이라는 네 가지 성인의 세 間), 국토세간(國土世間), 중생세간(衆生世間)이라는 삼종세간
계가 바로 십법계다. 이 있다고 했다. 따라서 천태학에서 말하는 삼천세계란 ‘십법
흥미로운 것은 십법계를 구성하는 각각의 세계에도 역시 계×십법계×십여시×삼종세간=삼천법계’라는 교리적 내용에
십법계가 구비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인간계에도 지옥계에서 서 도출된 개념이다.
불계까지 있고, 지옥계에도 지옥계부터 부처님 세계까지 있 그런데 일념삼천설의 핵심은 이와 같이 광대한 삼천법계가
고, 부처님 세계에도 지옥부터 불계까지 있다는 것이다. 따라 사실은 우리들의 ‘한 생각(一念)’ 속에 모두 들어 있다는 것이
40 고경 2016. 04.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