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고경 - 2016년 4월호 Vol.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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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번쩍하고 사라지는 찰나의 생각 속에 아득한 시간이 함 『명추회요』, 그 숲을 걷다 ● 글 _ 박인석
축되어 있고, 광활한 법계가 펼쳐져 있다. 성철 스님은 “중생
심에서도 여래의 지혜와 덕성이 구비되어 있으니, 한 생각 마
음의 번뇌가 일어나는 것에 십법계・백법계・삼천세계가 그대 공(空)의
로 구비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찰나의 생각 속에는 번뇌에서
열반까지 모든 것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자각
결론적으로 천태 대사는 “마음이 곧 일체법 [心是一切法]이
고, 일체법이 곧 마음[心是一切法]”이라고 했다. 마음 밖에 삼
라만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일체법 밖에 마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알파고의 메모리에는 바둑에 관
한 모든 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고, 한 순간에 10만에 달하
는 경우의 수를 계산한다. 마찬가지로 그 앞에 앉아 있는 이 ●
세돌 9단의 뇌리에서 순간순간 명멸하는 찰나의 마음에도 불교에 나오는 수많은 개념 중에 ‘공(空)’은 특
삼천법계가 담겨 있다. 따라서 그와 같은 마음을 꿰뚫어보면 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인도에서 이 개념이 전래된 이후 중국
삼라만상과 삼천법계를 알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여기서 불 의 불교도들은 수백 년 간의 세월 동안 ‘공’을 정확히 해명하
교는 삼천법계를 하나하나 연구하는 대상에 대한 탐구에서 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불교의 ‘공’은 실체 (實體) 개념
마음에 대한 성찰로 전환한다. 삼라만상의 근원이 마음이라 을 대치 (對治)하기 위해 도입된 것인데, 이 실체에 대한 관념
면 그 마음을 깨닫는 것이 곧 모든 존재의 근본[法性]을 깨닫 은 동아시아 문명에서는 그다지 중요시되지 않았다. 여기서
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하는 실체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특
히 인도에서 만물을 창조한 브라흐만과 그것이 인간 속에 내
재한 아트만의 특징을 가리키는 용어였다. 실체를 상정하는
이러한 인도적 사고에 대해 ‘공’은 그것을 철저히 부정하는 무
서재영 ●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을 기로 작용하였다.
거쳐 현재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
이트 www.buruna.org를 운영하고 있다. ‘공’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던 중국의 불교도들은 이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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