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고경 - 2016년 4월호 Vol.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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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 주인공의 삶 ● 글 _ 이인혜 례는 장터로 유명한데 진열된 갖가지 물건들과 그 사이로 오
가는 알록달록한 사람들이 그곳을 명물로 만들고 있었다. 하
동이 매화의 일색장엄이라면 구례는 물산의 종종장엄이라
꽃놀이도 좋지만 하겠다.
이처럼 섬진강변에 붙어 있는 하동과 구례는 이웃 마을이
선거일엔 투표를 지만 하동은 경상남도요 구례는 전라남도다. 하동은 같은 경
남인 부산보다 구례와 훨씬 가깝고 구례는 같은 전남인 목포
보다 하동과 지척이다. 섬진강이 허리를 잘라달라고 말한 적
이 없으나 사람들이 제멋대로 금을 그어 경상도니 전라도니
한다. 편의상 구역을 나눠놓은 것이지만 선거를 치를 때면 경
남과 전남의 구분은 엄연히 실유하며, 그 구분은 효력을 가진
● 다. 꽃 축제로 한창인 두 마을도 선거일이 되면 경상도 유권
지난주에 꽃놀이를 다녀왔다. 전라도로 내려가 자로, 전라도 유권자로 표를 던질 것이다.
구례를 거쳐 섬진강을 끼고 하동으로 갔다. 마침 매화축제가 4년 만에 치루는 총선이 코앞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어느
열려서 구경 온 사람들과 늘어선 임시 장으로 마을이 북적거 때보다도 유권자는 고민스럽다. 국민의 밥그릇보다는 제 밥
렸다. 한참 동안 마을을 산책하면서 활짝 핀 매화의 자태를 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정치인들이 많아서 ‘그놈이 그놈’인 가
눈에 담고 코에 가득 그 향기를 묻히며 하동은 축복받은 마 운데 좀 덜 그런 놈을 찾자니 피곤하기 때문이다. 여당도 야
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쪽으로 섬진강이 흐르는 가운데 당도 군소정당도 너무 복잡하다. 큰 정당들은 처음엔 상향식
천지를 하얗게 장엄한 마을이 강을 따라 길게 펼쳐진다. 서 공천과 당내 민주화를 부르짖더니 결과는 모두 하향식 공천
울에서 시멘트 박스 안으로 흐르는 한강만 보다가 모래강변 이다. 공천에 명확한 기준이 있으면 좋으련만, 권세를 가진 사
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했다. 람 마음대로 하다 보니 승복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선거판이
걷다 보니 허기가 느껴져 바로 옆 마을 구례로 가서 섬진 더 시끄럽다.
강 명물인 재첩국을 먹었다. 중국산 냉동 재첩이라는 종업원 각 당들이 불교계의 공천 시스템을 배웠으면 좋았을 텐데.
의 말에 좀 실망을 했지만 고픈 배를 채우기에 충분했다. 구 기준이 명확한 공천을 불교계에서 찾자면 불멸 후 결집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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