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고경 - 2016년 5월호 Vol.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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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 스님의 화두 참선 이야기 ● 정리 _ 박희승 무슨 까닭에 법을 듣고도 바로 깨치지 못하는가? 삿된
견해의 장애가 두텁고 번뇌의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마
치 큰 구름이 해를 가려, 바람이 불지 않으면 해가 나타
나지 않는 것과 같다 ……
참선하는 그러나 하근기라도 단박 깨치는 가르침을 듣고 밖으로 닦
는 것을 믿지 않고, 오직 자기 마음에서 스스로 본성으
근기에 대하여 로 하여금 항상 정견을 일으키면 번뇌 진로의 중생이 모
두 다 깨치게 된다. 큰 바다가 여러 가지 흐르는 물을 받
아들여 작은 물과 큰물이 하나 되어 한 몸으로 만드는
것과 같다.”
- 『고우스님 강설 육조단경』, 조계종출판사, 227쪽.
● 참선은 상근기만 하는 공부인가?
참선에 입문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하 육조 스님은 모든 사람에게 지혜가 있는 것은 똑같아 차별
나가 ‘참선은 상근기가 하는 것’이란 말입니다. 상근기 (上根機) 이 없는데, 삿된 견해와 번뇌의 뿌리가 깊은 까닭에 하근기가
란 근기가 높은 사람을 말하는데, 반대는 하근기(下根機)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일체중생이 모두 불성 (佛
됩니다. 그렇다면 근기가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이 있다는 말 性)이 있다 하셨고, 선(禪)에서는 중생이 모두 본래 부처라고
입니다. 합니다. 성철 스님은 인간이 본래부터 무한한 지혜와 능력을
과연, 상근기와 하근기가 따로 있을까요? 근기 (根機)란 무 가지고 있다고 『백일법문』에서 늘 강조합니다.
엇일까요? 육조혜능 스님 당시에도 이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그런데, 어째서 사람들이 스스로 근기가 낮다 하고 본래
지 『육조단경』 “근기”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부처인데 중생이라 생각하고 살아가느냐? 이게 문제입니다.
육조 스님은 근기가 낮은 사람은 정(正)과 사(邪)를 구분하지
“근기가 약한 사람은 단박 깨치는 가르침을 들으면, 마치 못하고 사상(四相,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에 집착하는 뿌리
뿌리가 약한 초목이 큰비를 맞아 모두 스스로 넘어져 자 가 깊어서 그렇다고 말합니다. 왜, 삿됨과 바름, 아상과 중생
라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 근기가 약한 사람도 이와 같다. 상을 벗어나지 못할까요? 바로 내가 중도연기, 무아공이라는
반야 지혜가 있는 점은 근기가 큰 사람과 차별이 없는데, 것을 알지 못하고 내가 있다고 착각하여 집착하며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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