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고경 - 2016년 5월호 Vol.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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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날 길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 선방에는 이렇게 공부하는                                      고 있다고 믿어야 합니다. 단박 깨치는 돈오선 (頓悟禪), 화두

         이가 없는지 스스로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참선을 하려는 이는 자기 자신이 본래 부처이고 자기 마음이
           그러므로 처음 참선에 입문하는 이는 물론이거니와 참선                                       바로 부처님 마음임을 확신해야 합니다. 정견과 믿음이 굳건
         을 오래 한 사람도 반드시 불교에 정견을 세우고 선지식에 의                                     할수록 화두 참선이 잘 되며 공부가 빠릅니다. 반대로 삿된
         지해서 화두 참선을 해나가야 합니다. 특히, 참선을 오래 했                                     견해에 집착하고 자기 마음과 능력에 믿음이 약할수록 화두
         는데도 화두의 성성적적삼매를 체험하지 못하는 분들은 성                                        참선이 어렵고 공부가 흔들립니다.
         철 스님의 『백일법문』 상권을 반복해서 읽어 불교의 중도연                                        그래서 박산무이 선사는 『참선경어』에서 이렇게 말씀하십
         기를 확실히 이해해서 중도 정견을 갖추고 화두 참선하시길                                       니다.
         권해드립니다.

                                                                                   “선종(禪宗)에서는 범부(凡夫)에서부터 완전히 부처와 똑
           ● 정견을 갖추고 자기 마음을 믿으면 상근기                                                같다고 한다. 이 말은 사람들이 믿기 어려운 데가 있겠으
           거듭 말하지만, 상근기 하근기가 따로 없습니다. 『백일법                                         나, 믿는 사람은 선 (禪)을 할 수 있는 그릇이고 믿지 않는
         문』을 반복해서 읽거나 다른 경전이나 선어록, 또는 선지식의                                         사람은 이 근기가 아니다. 모든 수행자가 이 방법을 택하
         돈오 법문을 통해서 자기 자신이 중도연기로 존재한다는 것                                           려 한다면 반드시 믿음으로부터 들어와야 한다. 그런데
         을 확실히 알면 정견이 서고 자기 자신이 절대적이고 무한한                                          ‘믿음’이란 말에도 그 뜻이 얕고 깊은 차이와 바르고 삿된

         지혜와 능력을 다 갖추고 있다는 믿음과 그것을 체험하고 실                                          구별이 있으므로 가려내지 않으면 안된다.
         천해야겠다는 발심이 납니다. 이런 사람이 상근기입니다. 무                                          믿음이 얕다고 하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불교에 입문
         엇보다 불법을 믿고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합니다.                                                한 이라면 뉘라서 신도(信徒)가 아니라고 자처할까마는
           그런데, 하근기로 불리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고                                         그런 사람은 단지 불교만을 믿을 뿐 자기 마음을 믿지 않
         자기 밖의 선지식이나 다른 무엇을 믿습니다. 늘 자기를 중생                                         으니 이것을 말한다.”
         이니 하근기니 공부가 부족하니 능력이 없다고 상대 분별심                                                                          - 『참선경어』, 장경각, 34쪽.
         으로 봅니다. 이런 분은 늘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나 자

         존감이 부족합니다.                                                            박희승(중효)  ●          성철선사상연구원 연구실장, 한국문화연수원 위촉교수, (재)조계
           불교를 공부하는 이는 먼저 부처님 법을 이해해서 믿으면                                      종 선원수좌회 봉암사 세계명상마을사업단장 등으로 봉사하며, 동국대 평생교육원과 겁외
                                                                               사에서 “성철 생활참선 지도사 양성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선지식에 길을 묻다』와
         서 자기 자신 또한 부처님과 똑같은 지혜와 깨칠 능력을 가지                                     『고우스님 육조단경 강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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