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고경 - 2016년 5월호 Vol.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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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입니다. 내가 있다고 생각하니 생로병사가 있고, 근심 걱  그런데, 화두삼매 체험이 쉽지 않습니다. 왜 그런가? 내가

 정이 끝이 없습니다. 이렇게 ‘있다’에 집착하여 착각 속에 살  있고, 번뇌망상이 실체가 있다고 생각하면 망상에서 벗어날
 아가니 스스로 중생이라 생각하여 생사고해 (生死苦海)를 벗  수가 없습니다. 망상에서 망상으로 꼬리를 물고 일어납니다.
 어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본래 무아공이니 실체가 없다, 내가 없으니 번뇌
 하지만, 하근기라도 자기가 중도연기, 무아공으로 존재한  망상도 실체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정견을 세워 지혜로 비춰
 다는 정견을 세우고 선지식으로부터 돈오 법문을 듣고 자기   보면 그 번뇌망상이 다 허깨비요, 꿈 같은 것이니 신경 쓸 게
 생각에서 늘 지혜를 일으키면 누구라도 깨칠 수 있습니다. 우  없고 오직 화두에만 집중할 수가 있습니다. 정견이 서면 화두
 리는 본래부처인데, 단지 중생이라 착각하며 살고 있을 뿐입  삼매가 쉽게 성취됩니다.
 니다. ‘내가 있다’는 그 착각만 깨면 단박에 부처로 돌아가 영  그래서 참선에 입문하는 이들은 부처님이 깨친 중도연기,

 원한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무아공을 철저히 공부해서 정견을 갖추고 화두 공부에 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성철 스님은 참선하려면 먼
 ● 상근기와 하근기가 따로 없다  저 사상 정립을 하고 화두는 배워서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상근기든 하근기든 본래 부처고, 절대적이고 무한한 지혜  하지만, 지금 참선하는 사람들 가운데에 불교에 바른 안목
 와 능력을 다 갖추고 있는 존재입니다. 단지, 하근기라 함은   을 갖추는 사상 정립을 하고 화두를 제대로 배워서 하는 사
 자신의 부처인 줄 모르고 중생이라 착각에 빠져 양변에 허덕  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이렇게 참선에 입문하면 공부 도중에

 이며 살아가는 이를 말합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상근기  여러 장애나 경계를 만나면 ‘아, 나는 참선 인연이 안되는구
 란 자기가 본래부처라는 것을 믿고 실천하는 이를 말합니다.   나!’ ‘참선은 상근기나 하는 것이라더니 나 같은 하근기 중생
 상근기와 하근기 사이에는 어떤 차별도 없습니다. 똑같은 존  은 안되는구나!’ 하고 퇴굴(退屈)심으로 쉽게 물러서는 경우
 재이나 단지 착각 속에 사느냐, 자기 자신을 믿고 사느냐는   가 많습니다. 아니면, 참선 도중에 신비한 경계를 체험하고는
 생각의 차이입니다.   거기에 집착하여 스스로 깨쳤다거나 이상한 길로 빠지는 경
 그런데, 이 생각의 차이가 실제 화두 참구하는 데에도 크  우도 있습니다. 또 어떤 경우는 참선을 몇 십 년을 해도 공부
 나큰 영향을 줍니다. 참선 초심자들이 좌선할 때, 화두 일념  에 진척이 없고 앉으면 졸거나 적적삼매에 빠져 공부를 그르

 이 되지 않고 번뇌망상이 오락가락해서 참선이 되지 않는 경  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평생 참선을 해도 정견을 모르거나 성
 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제 화두 삼매를 한 번이라도 체험하게   성적적한 화두삼매를 체험하지 못하면 화내거나 인색한 마
 되면 참선에 확신이 서서 공부가 순일하게 됩니다.   음이 줄어들지 않아 자기 마음도 선방도 늘 시비 갈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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