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고경 - 2016년 5월호 Vol.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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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절대 무가 아니라 그림자의 형태로 일렁이고 있기 때문에                                        물속에 비친 달그림자는 ‘거짓 모습[假]’으로 분명이 있지

         ‘비공(非空)’이다. 영원한 실제로 집착할 대상도 못되지만 그렇                                   만 그렇다고 실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천태 대사는 존재
         다고 아무것도 없다고 무시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의 실상은 물속에 아른거리는 달그림자에 있는 것도 아니며
                                                                               (不在內) 그렇다고 그와 같은 가유를 벗어난 곳에 있는 것도
           ● 강물에 일렁이는 달빛 같이 보는 눈                                               아니라고 했다(不在外). 모든 존재는 마치 물속에 비친 달그림
           결국 물속에 비친 달그림자라는 비유가 의미하는 것은 모                                      자와 같아서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는 것

         든 존재는 ‘비공비가(非空非假)’라는 중도적 관점을 제시하는                                     이다. 하나의 존재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빔도 아니고(非空), 물
         가르침이다. 삼라만상은 우리들의 눈에 보이는 것처럼 그대로                                      속에 보이는 달그림자가 그대로 실상인 것도 아니다(非假).
         실재하는 것도 아니지만(非假)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결론적으로 물속의 달그림자라는 비유는 한편으로는 존

         공도 아니다(非空). 이것이 모든 존재가 가진 중도적 특징이자                                    재에 대한 집착을 해소하는 공(空)에 대한 가르침이며, 또 한
         존재의 실상이다. 존재가 가진 이와 같은 두 가지 속성을 함                                     편으로는 현실적으로 펼쳐져 있는 존재를 이해하고 받아들
         께 꿰뚫어 보는 것이 정견이며, 그렇게 보는 것이 중도를 보는                                    이라는 유(有)에 대한 가르침이다. 이 두 개념을 함께 통찰하
         것이다.                                                                  면 사바세계의 삶에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자신과 세상의 변
           따라서 모든 존재를 볼 때 물속의 달그림자가 갖는 두 가                                     화를 위해 노력하는 역동적 삶이 펼쳐지게 된다. 그래서 천태

         지 특징을 모두 꿰뚫어보아야 한다. 이것이 물속의 달그림자                                      대사는 일체 모든 존재를 볼 때 반드시 ‘거울에 비친 형상(鏡
         라는 비유가 갖고 있는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며, 거                                      中像)’이나 ‘물속에 비친 달그림자(水中月)’와 같이 중도적 시선
         울속의 형상이라는 비유를 중도적으로 체득하는 것이다. 다                                       으로 보라고 했다.

         시 말해 물속의 달이라는 비유는 모든 것이 공하다는 허무
         적 가르침도 아니고, 그렇다고 삼라만상이 보이는 그대로 실
         재한다는 가르침도 아니다. 그러므로 물속의 달그림자를 볼
         때 아무것도 없다고 보아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보이는 그대
         로 모두 있다고 보아서도 안 된다. 둘 중 어느 하나에 집착하
                                                                               서재영    ●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
         면 그것은 한쪽으로 치우치는 변견이 되고, 그런 변견으로부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을
                                                                               거쳐 현재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
         터 무명이 생겨나고, 지혜가 빛을 잃게 된다.                                             이트 www.buruna.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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